매일신문

[메디컬인터뷰] 조준용 경북대병원 교수(흉부외과)  

경북대 영아심장이식팀, 8개월 영아 심장이식 1년 후

조준용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조준용 경북대병원 교수는
조준용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조준용 경북대병원 교수는 "영아심장이식이 드문 것은 심장 공여자를 찾는 것이 성인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장기기증은 새로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만큼, 장기기증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더욱 확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조 교수는 또 "영아심장이식 수술 자체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수술 이후의 건강관리와 재활치료"라면서 "주치의 선생님의 헌신적 결단과 노력 덕분에 오늘의 기쁨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년 전 사경을 헤매던 8개월 영아가 대구경북지역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건강하게 뛰어다니며 마음껏 재롱을 피우고 있다. 영아의 어머니는 심장이식 수술 1주년을 맞아, "이식수술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씩씩하게 잘 자라줘서 행복하다. 경북대병원 의료진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지역 최초로 영아심장이식 수술을 집도했던 조준용 교수를 만났다.

- 심장이식 수술 당시의 영아의 상태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 생후 3개월 때 확장성 심근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근 기능 저하와 쇼크로 경북대어린이병원 소아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체외막산소화장치(ECMO) 치료를 받았고, 약물과 인공호흡기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심장이식 외에는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 심장이식수술 뉴스는 가끔씩 접했지만, 영아심장이식 이야기는 흔치 않은 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심장이식은 먼저 공여자가 있어야 합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분 등이 장기기증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이 때문에 한 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심장이식수술은 100여 건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영아심장이식은 크기가 비슷해야 하는 탓에 더욱 더 구하기 어렵습니다. 1년 전에는 충청도에서 어린이 심장 기증 연락이 와 수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겨우 1년에 한 두건 있을뿐입니다. 심장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심장이식, 특히 조그만 영아의 심장이식 수술은 엄청 고난도 일것 같은데요. 공여자만 있으면 대형병원 어디서나 가능합니까.

▶ 심장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압병동(내부 공기가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병동)을 비롯해 시설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 다음은 의료진의 능력인데요. 심장이식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이 1991년쯤이니까, 술기(수술기술)는 어느 정도 표준화 되어 있습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수술 후 관리와 재활입니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영아의 경우는 특히 더 문제가 되죠. 사실 소아심장전문의인 김여향 교수가 주치의로서 수술 후 치료와 관리에 관한 모든 부담을 감수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이번 수술이 이루어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저희 외과의사들이야 수술 하는 것을 조금 도운 것 뿐입니다.

- 심장이식이 필요한 심장질환,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발생하느지 궁금합니다.

▶ 확장성 심근증과 급성심근염이 대표적입니다. 확장성 심근증은 심장의 피를 짜내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질환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원인이 증명된 경우는 50% 이하입니다. 급성심근염 역시 바이러스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감기 증세를 보이다가 숨쉬기조차 어려워집니다. 심장보조장치로 회복하는 수도 있지만, 이것조차 여의치 않을 때는 심장이식이 필요하게 됩니다.

- 어린아이는 계속 자라지 않습니까. 이식된 심장도 아이와 같이 커지나요.

▶ 심장의 크기는 가슴의 1/2 정도 됩니다. 이식된 심장이라고 하더라도 아이가 자라면서 심장의 크기도 같이 자랍니다. 혈액형이 맞고 거부반응이 없다면 심장이식 이후 약을 잘쓰고 관리를 잘하면 경과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장기기증운동은 생명살리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좀 더 널리 확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북대병원 영아심장이식팀이 2017년 10월 22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영아심장이식 수술은 대구경북지역 최초로 이뤄진 것이다. 경북대병원 제공
경북대병원 영아심장이식팀이 2017년 10월 22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영아심장이식 수술은 대구경북지역 최초로 이뤄진 것이다. 경북대병원 제공

[경북대병원 영아심장이식팀, 어떻게 구성되었나?]

심장이식수술, 특히 성인 심장이식보다 더욱 섬세한 능력이 필요한 영아심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실력과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북대병원 영아심장이식팀은 경북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출신인 현직 경북대병원 교수들로 구성되었다.

흉부외과에서 조준용·이영옥 교수가, 소아청소년과에서는 김여향·권정은 교수가 참여했다. 현재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과장인 조준용 교수는 '심장외과' 전문이다. 이영옥 교수는 서울대병원 융부외과 임상강사 경력을 지녔고, '소아심장' '선천성 심장기형' 분야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주치의인 김여향 교수는 대구파티마병원 소아과 과장, 계명대 의과대학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소아심장질환' '태아심장기형' '성인선천성심장질환' '소아중환자관리'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권정은 교수는 '소아중환자관리' '소아심장질환' '소아일반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이밖에 심장이식 수술의 성공적인 준비를 위해 최진영·박태향 장기이식코디네이터가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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