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한 장에 인색하게 군다는 손님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2일 오전 대구 남구의 한 수퍼마켓.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강민정(53) 씨의 자리에는 마트 이름이 적힌 주황색 비닐봉투 뭉치가 여전히 놓여 있었다.
강 씨는 "올해부터 마트에서 비닐봉투를 쓸 수 없게 했다고 사정을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비닐봉투를 요구하는 손님들이 있다"며 "최대한 친절하게 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도 '똑똑해서 좋겠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손님까지 있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부터 면적 165㎡가 넘는 수퍼마켓과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일부 상점에서는 고객들이 요구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비닐봉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정육이나 생선 등 물기가 있는 식품류는 투명비닐에 담아줄 수 있지만, 라면이나 과자 등을 사고난 뒤 비닐봉투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동구의 수퍼마켓 종업원 정모(66) 씨도 바뀐 제도가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다. 정 씨는 "계산대에 비닐봉투 사용금지라고 크게 적어놔도 뻔히 있는 봉투를 왜 주지 않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있다. 계도 기간에는 요구하는 손님들에겐 비닐봉투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대형마트와 수퍼마켓에서 판매하던 비닐봉투 사용이 제한된 건 1일부터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는 속비닐은 사용할 수 있지만 이 밖의 비닐봉투를 제공한 것이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신 종량제 봉투나 종이봉투 사용은 가능하고 3월까지는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지금까지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었던 제과점도 비닐봉투를 판매하도록 바뀌면서 '동네빵집'들도 변화를 맞고 있다.
2일 오전 남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이오성(54) 씨도 비닐봉투 유상판매를 알리는 안내문을 제과점 내부에 붙이고 있었다. 이 씨는 "대형제과점과 달리 소액구매 고객이 많아 봉투값을 따로 받기가 머쓱한 게 사실"이라며 "카드보다 현금고객이 많아 거스름돈 문제도 봉투값 100원을 받기도 곤란하다"고 난감해했다. 이 씨는 대구경북제과협회 차원에서 노란재생용지 종이봉투를 대량구매해 사용하는 방안을 건의할 생각이다.
동구의 빵집 종업원 권모(24) 씨도 비닐봉투 유상판매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권 씨는 "단골들에게 봉투 값 받기가 미안하지만 작은 봉투는 50원, 큰 봉투는 100원을 받기로 했다"며 "봉투값을 받는다고 하니 소포장된 빵을 그냥 손에 들고 가시는 손님이 많더라. 어쨌거나 비닐봉투 사용량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고객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구의 한 마트를 찾은 박모(59) 씨는 "예전부터 비닐봉투 사는 돈이 아까워 종량제 봉투에 담아달라고 했다. 환경문제가 워낙 심각하니 조금 불편해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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