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폐 조직 딱딱하게 굳는 '간질성 폐질환'

현대성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현대성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간질성 폐질환
현대성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김순임(70·여·가명) 씨는 6개월 전부터 숨이 차고 마른 기침이 나오는 증세를 보였다. 처음에는 빨리 걸을 때만 숨이 찼는데, 지금은 천천히 걸어도 숨이 차 올랐다. 어쩔 수 없이 동네 마실을 다니면서도 가다 쉬다를 반복해야 했다. 낌새가 심상치 않아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숨을 들여 마실 때 폐에서 거품소리가 난다."면서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 하셨다.

대구의 대학병원 호흡기내과를 찾았더니 이런 저런 검사를 많이 했다. 가슴 엑스선과 컴퓨터단층촬영(CT)를 했고, 폐기능 검사, 기관지내시경 및 혈액검사까지 받았다. 간질성 폐질환의 한 종류인 특발성 폐섬유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평소에 흔히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질환인데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인 경우 완치가 어려운 난치성질환이라는 말을 듣고 깊은 고민이 빠졌다.

간질성 폐질환

▶내 폐가 딱딱해진다

우리 입 안에 침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관지(폐)는 내부나 폐포의 염증 물질, 가래 등을 묽혀서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점액이 있어야 한다. 폐가 건조해 지기 쉬운 환경에 처하거나 흡연, 스트레스, 류마티스와 같은 기저질환으로 인해 체내에 열이 올라가게 되면 점액이 말라버리게 된다.

한편 폐포와 폐포 사이의 벽을 '간질'이라고 부른다. 이 간질 조직은 산소와 이산화탄소 등 가스가 통과하는 곳으로 우리 삶에 필수적인 호흡을 담당하는 곳이다. '간질성 폐질환'이란 이런 간질 조직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폐 조직에 섬유화가 생겨서 딱딱하게 굳는 병이다.

초기에는 목이 간질간질하거나 가래가 낀는 듯한 마른기침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점막의 면역과 청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폐의 하엽부터 염증이 누적되어 섬유화가 조금씩 진행한다. 간질성 폐질환 환자의 폐는 뻣뻣해지고 작아지게 되어 가스교환의 장애가 와서 숨이 차게 된다. 위중한 경우에는 체중감소와 식욕저하가 따를 수 있다. 병의 진행 단계에서 폐의 점막이 말라 입이 꺼끌거리게 마르거나 피부건조, 스트레스로 인한 홍조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폐의 간질에 반복적인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키는 간질성 폐질환에는 200여 가지의 다양한 원인 질환들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원인이 밝혀진 간질성 폐질환도 있지만, 특발성 폐섬유증과 같이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최근 10만명당 40명까지 급증

사실 그동안 간질성 폐질환은 비교적 드문 질환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유병율이 인구 10만명당 40여명까지 보고되는 등 결코 드물지만은 않은 질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질환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기관지 양쪽에 대칭적으로 만성염증과 섬유화가 관찰되면 간질성 폐질환을 의심 할 수 있다. 가슴 엑스선 사진을 통해 양측 폐 아래쪽에서 폐섬유화를 관찰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가슴 엑스선 사진에 정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간질성 폐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 가슴 CT가 가장 중요한 검사 방법이다. 또한 폐활량과 가스교환장애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실시하고, 기관지내시경 및 혈액 검사를 시행하여 다른 질환이 동반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현대성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폐조직검사를 반드시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서 "폐조직검사를 시행하지 않아도 임상증상, 신체검진, 폐기능 검사와 혈액검사, 그리고 고해상도 가슴 CT에서 합당한 소견을 보이는 경우에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인자를 피해라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원인을 제거하거나 피하는 것이 최상의 치료이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일단 폐에 섬유화가 생기면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흡연은 폐의 염증이나 폐기능을 더욱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폐섬유화를 막기 위해서 항섬유화제를 사용 할 수 있으나 효과는 제한적이다. 말기의 간질성 폐질환 환자에게 폐를 제공하는 공여자가 있다면 폐이식 수술을 하기도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이후 3년의 평균수명을 보이는 예후가 나쁜 질병이다. 그러나 질병의 자연 경과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예측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폐섬유화가 서서히 진행하고, 일부 환자의 경우 평생 동안 질병의 진행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일부 환자는 급격한 폐기능의 악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현 교수는 "여러 가지 환경적 유해요소가 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깨끗이 하고 위험 인자를 피해야 한다."며 "흡연, 먼지와 분진 노출, 호흡기 감염 등이 간질성 폐질환의 위험 인자가 되기도 하고 악화 인자가 되기도 한다. 또한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접종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현대성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