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미세먼지 농도부터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 20일 아침 필자가 사는 동네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66㎍/㎥(이하 단위 생략), 초미세 먼지(PM2.5)는 48이었다. 미세먼지는 '보통', 초미세먼지는 '나쁨'이다. 대지는 안개에 갇힌 듯했다. 이날 미세먼지가 '보통'이라지만 우리나라 기준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간 미세먼지 권고치로 20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아침도 WHO 권고치를 세 배 이상 넘긴 셈이다. 초미세먼지는 더하다. WHO의 권고치 10을 무려 5배 가까이 웃돌았다.
미세먼지야말로 침묵의 살인자다. 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지난주 초처럼 '매우 나쁨' 농도의 미세먼지에 1시간 노출되는 것은 담배 연기를 84분 흡입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미세먼지에선 담배 연기 같은 나쁜 냄새만 나지 않을 뿐이다. 뇌졸중의 이유가 되고 폐암과 심근경색을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 대기 중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사람은 한 해 1만2천 명에 육박한다. 서울대 연구팀이 2015년 초미세먼지 연평균인 24.4㎍/㎥에 노출되는 것을 근거로 내놓은 결과다. 2017년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5.1㎍/㎥로 더 높아졌다. OECD 회원국 중 최고다. 회원국 평균 12.5㎍/㎥의 두 배가 넘는다. OECD는 40년 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회원국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먼지라 이름 붙었지만 사실 '미세먼지'는 먼지가 아니다. 독성 화학물질에 더 가깝다. 공장, 발전소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주요 발생원이어서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3분의 2를 이런 화학반응의 결과물로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대선 당시 "임기 내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지난주 초에는 "미세먼지 '나쁨'이 나오면 가슴이 철렁한다"고도 했다.
문제는 말뿐이지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화석연료 사용이 크게 늘었다. 2016년부터 매년 1~11월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원자력 발전량은 3년 전보다 18.9% 떨어졌다. 반면 석탄은 14%, LNG발전은 26.8%가 늘었다.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은 축소됐고, 석탄과 LNG는 확장됐다. 석탄 LNG 등 화력발전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내뿜기 마련이다. LNG 역시 석탄발전보다 적은 양이기는 하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미세먼지 배출이 없는 원전이 미세먼지를 쏟아내는 화력발전으로 대체되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조차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을 겪은 후 "화력발전소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을 더 강화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 보라"고 했을까.
안전성이 뒷받침된다면 '원전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최적의 솔류션'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원전은 지난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며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인정한 바 있다. 세계적인 환경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원전 비중을 높이고 화전 의존도를 낮추라는 권고를 내고 있다.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원전이 아닌 화전이다.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을 그대로 두고 기약 없는 가상의 위협부터 제거하려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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