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축구 대구

최창희 체육부장
최창희 체육부장

연초부터 중동발(發)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전보가 날아들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22일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2대 1로 이겨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같은 기세라면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 경기 침체·정치 혼란으로 연초부터 어수선한 나라 안팎의 사정을 고려할 때 대표팀의 잇따른 승전보는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

대구시민들에게도 올 한 해 축구가 큰 위안과 격려가 될 것 같다. 유독 축구 관련 기분 좋은 소식들이 많아서다.

대구FC가 지난해 FA(대한축구협회)컵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사상 첫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한다.

새집도 생겼다. 경기장은 지난 19일 완공되었고 일부 경기장 주변 조경공사를 마치면 내달 입주한다. 지난 2002년 창단된 이래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시민운동장으로 다시 대구스타디움으로 정처 없이 거처를 옮겨 다니다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

그동안 집 없는 설움을 제대로 겪어야 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경기가 열릴 때면 집을 비워줘야 했다. 선수들도 전용구장이 없어 대구스타디움 보조구장, 강변축구장 등을 옮겨 다니며 훈련하느라 '동네축구단' 대접을 받아야 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했고 한여름 뙤약볕도 감수해야 했다. 심지어 야구의 인기에 밀려(?) 어둠 속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광복절날 포항 스틸러스와의 야간경기에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조명을 모두 사용한 탓에 정작 축구장은 전력 부족으로 조명탑을 작동시키지 못한 일까지 있었다.

그동안 고생과 불편이 커서였을까. 지난 19일 대구 북구 고성동 시민운동장 내 모습을 드러낸 전용구장은 벌써부터 축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7m.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서부터 숨소리까지 직접 보고 들으면서 실감 나는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경기장에서 마음껏 발을 '동동' 굴러도 된다. 국내 최초로 바닥에 경량 알루미늄 패널을 설치해 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쾅쾅' 울리도록 해놨다. 지붕 설치로 햇빛과 비를 차단해 선수와 관중이 경기에 몰입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성적이다. 그동안 국내 첫 시민구단이라는 팬들의 자부심은 초라한 성적 앞에 늘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다. 열악한 재정 상황 속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구단의 재정 사정을 고려하면 FA컵 우승 같은 영광이 언제 재현될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대구FC가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축구 대구(되구)'로 거듭나려면 성적과 경영이란 두 수레바퀴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 성공한 경영을 통해 우수한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좋은 성적을 내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구단 재정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홈경기장 명칭사용권, 구단 관련 디자인 통합을 활용한 스포츠용품 판매사업 등 다양한 재정 확충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모두 국내 구단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자구 노력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을 거두고 앞으로 대구FC 전용구장이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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