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의 최정점에 있는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전·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되고, 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2시경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5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인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곧바로 영장을 집행해 수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64)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수집 ▲ 법관 사찰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천만원 조성 등 제기된 의혹에 대부분 연루돼 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에게 심리계획을 누설하는 등 핵심 의혹인 징용소송 '재판거래'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에서도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의 이름 옆에 'V'자 표시를 하는 등 상당수 혐의에서 단순히 계획을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직무유기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 위계공무집행방해 ▲ 공무상비밀누설 ▲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개별 범죄 혐의는 40개가 넘는다.
한편, 박병대(62)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두 번째 구속영장은 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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