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서울의 세 모녀(母女)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내게도 우리 조국 한국이 으뜸이고, 우리 어머니 서중하 여사가 세계에서 으뜸가는 어머니이다…어머니의 사랑은…가실 줄 모르는 사랑, 그것이…어머니의 사랑이다."

'바보'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남겼다. 1955년 어머니가 72세로 삶을 마치고 돌아가신 지 30년 즈음인 1984년, 월간지 '샘이깊은물'의 창간호에서 끝없는 자식 사랑을 실천한 어머니를 회상하며 그렸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간 형이 다쳐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에 일본말도 못 하면서 주소 하나 달랑 들고 떠나 결국 들것에 눕혀 데려와 온갖 정성으로 완치시켰다. 그런 어머니를 추기경은 "어머니의 의술이 참으로 신기했다"고 기억했다.

또 어머니는 다시 중국으로 떠난 형을 찾아 멀리 만주와 하얼빈까지 헤맸다. 끝내 아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소식이 끊긴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눈을 감자 추기경이 "우리 어머니가 눈을 감을 때에 가장 잊지 못한 것이 그 아들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한 까닭이다.

어느 어머니인들 다를까. 끝없는 자식 사랑은 '가실 줄 모르고', 죽음 앞에도 '잊지 못한 것'은 아마도 자식이리라. 추기경이 생전 어머니를 그린 심정은 세상 어느 자식이라고 같지 않으랴. 그러나 어머니 부재(不在)의 뼈저린 후회 전에는 어머니의 소중함을 잊는 게 또한 우리 범부(凡夫)이리라.

묵은해를 보낸 2019년, 새해부터 가슴 칠 서울의 세 모녀(母女) 사연이 안타깝다. 80대 노모와 함께 반지하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딸의 가난, 넉넉한 살림에도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청부 살해하려던 30대 교사인 딸을 재판에 넘긴 검찰 소식이 그렇다.

앞서 유력 인사의 딸과 아들이 자살한 어머니에게 생전에 한 잘못으로 유죄에 사회봉사명령까지 받은 소식도 참담하다. 특히 자녀에 헌신적이었다는 그 어머니가 유서 등을 통해 "자식이 망가지면 안 된다"며, 삶을 놓는 순간까지 자식 걱정한 사연이 가슴 저린다.

2월 16일, 선종 10년을 맞는 '바보' 추기경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 글이 더욱 와닿는 날들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한 삶, 한 목숨을 누리건만 연초부터 들리는 서울 모녀 소식이 어찌 이리도 아린가.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공천이 시도되자 지역 정치권에서 '민주정당이...
구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산동 6-2 부지에 최고 46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현재 구...
서울중앙지법은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라는 동생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으며, 동생은 퇴근 후 목욕 중 불평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작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파병 압박을 가했으나, 주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