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워너원을 보내던 날

지난 27일 워너원 마지막 콘서트 때 강다니엘의 퇴장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비쳐지고 있다. 유튜브
지난 27일 워너원 마지막 콘서트 때 강다니엘의 퇴장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비쳐지고 있다. 유튜브 '예쁘넬' 화면 캡쳐

내가 초등학교 시절,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옛날에는 졸업식 하면 애들이 그렇게 많이 울고 그랬는데, 요새 애들은 별로 안 우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졸업식 때 울어본 기억이 없다. 어차피 한동네에 있는 친구들이 서로 비슷비슷한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이미 핸드폰이 보급돼 있을 시기인지라 전화번호 교환하고 "자주 연락하자"는 말로 헤어짐의 인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헤어지면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당장의 헤어짐이 그리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유튜브에 워너원 마지막 콘서트 퇴장 장면 직캠(관객이나 팬이 아이돌의 공연장면을 직접 찍어 올린 영상물)이 한두 개씩 올라오길래 봤다. 대략 20분 안팎의 영상에서는 워너원도 울고, 워너블(워너원 팬덤의 별칭)도 울었다. SNS로 올라오는 여러 사진들을 통해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있었던 워너원의 마지막 콘서트의 분위기를 대강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실제 영상을 보고 나니 무대 위 가수와 팬이 서로 나누었을 뭉클한 감정이 실체로 다가왔다. 정말 무대 위 누구는 하염없이 울다가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심지어는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끝내 눈물을 참고 퇴장한 라이관린도 다음 날 스케줄을 위해 출국하며 눈이 퉁퉁 부은 모습으로 나타나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저렇게까지 눈물이 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아까 말했던 대로 '언젠가는 만날 걸 확신하기에 당장의 헤어짐이 그리 슬프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멤버는 활동 방향을 이미 확정지어 놓은 상태다. 워너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좋아하는 팬을 만날 길은 마련돼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워너원과 워너블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이 부분에 대해 워너원과 '프로듀스 101 시즌2'로 논문까지 쓴 대학원생 후배가 SNS에 남긴 글이 답이 됐다. '이제 언제 사용할지 알 수 없는 응원봉을 넣으며 그토록 주저하고 어렵게 정리를 하고 돌아서서 또 먹먹해지는데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들. 내 20대의 어느 부분이 되었을 11명 소년들의 서사가 이렇게 끝나는 것은 너무 슬프다. 나는 그저 너무 애달프다.' 그랬다. 우리는 사실 좋든 싫든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마련이다.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워너블들에게 워너원은 인생에 있어 하나의 '의미'였다. 그 의미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아무리 헤어짐을 예비하고 있었더라도 내게 소중한 의미를 주었던 존재가 사라지는 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가야할 때를 알고 돌아서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 구절이 있다. 눈물바다를 이루며 보낸 그들이지만, 언젠가는 우리 앞에 또 다른 멋짐으로 다가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울어준 만큼 돌아왔을 때 박수쳐 줄 멋진 워너블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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