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현철 보좌관, 사표 당연하나 뒷맛 개운치 않다

망언으로 국민 가슴에 불을 지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 특별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김 전 보좌관이 28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간담회에서 특정 세대, 특정 직종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으니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사태는 김 전 보좌관뿐만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 전체를 불신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김 전 보좌관 발언의 뉘앙스는 자영업자와 은퇴자, 청년 미취업자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 듯 보였다. 50·60대를 지칭해 "은퇴한 후 산에만 가고 SNS에 험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고 했고, 식당 업주에게는 "한국은 일본보다 식당이 두 배나 많고 통계적으로는 세 배에 가깝다. 여기에서 과당경쟁하는 것보다 아세안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청년 미취업자에게는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 조선'이라고 하지 말라. 아세안을 보면 '해피 조선'"이라고 했다.

김 전 보좌관이 지칭한 세대·직종은 현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로 고통받고 있는 계층이다. 청와대 참모라면 이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보듬어도 부족할 판에,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외국으로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듯했다.

아무리 말실수라고 해명하더라도, 특정 세대, 특정 직종을 무시하고 혐오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받기 어렵다. 청와대가 망언 하루 만에 김 전 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들끓는 국민감정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조치가 신속하긴 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국민들은 김 전 보좌관의 발언을 두고 개인의 돌출행위 정도로 믿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진의 생각도 대개 비슷할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평소 '내로남불' 발언이 잦은 걸 보면 심증을 더해준다. 청와대와 참모진의 입장이 김 전 보좌관과 같은 것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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