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이은 구토에 병·의원 권유로 전신마취 수술, 알고 보니 임신

산모 가족 “태아 기형 우려, 병원 사과해야” vs 병·의원 “담석증 확실시, 임신 문진 필수 아냐”

지난해 11월부터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계속해서 구토 증상을 겪었던 A(26) 씨. 그는 인근 B의원에서 '담석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고, C대학병원을 찾아 전신마취 후 복강경을 통한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담석증은 간이나 담도, 담낭에 돌이 생겨 잦은 속쓰림과 복통, 구토를 일으키는 병이다.

하지만 최근 생리불순 문제로 다른 병원을 찾았던 A씨는 '임신 5개월'이라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두 달 전 전신마취에 사용된 약물이 태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솟구쳤다. 수술 당시는 태아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임신 9주째였던 것.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A씨는 해당 병·의원을 찾아 "왜 임신 가능성에 관해 묻지 않았냐"고 항의했지만, 이들은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교제 중이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A씨는 "가임기 여성의 경우 임신에 치명적일 수 있는 약품이나 수술을 행할 경우 이에 대한 분명한 '고지'가 있어야 하지만 이들은 의사로서의 의무에 소홀했다"며 하소연했다.

임신 중 전신마취 수술은 마취제 속 항생제 등으로 인해 태아 기형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평소 생리불순이 최장 6개월에 달했던 A씨는 임신 가능성은 생각지도 않았다. 또한 A씨를 진료한 병·의원에서도 진료 부작용 가능성 등만 파악했을 뿐 임신 가능성은 따로 묻지 않았다.

A씨의 어머니(47)는 "B의원과 C대학병원에서 미리 임신 가능성을 묻고 검사를 추천했다면 수술을 미루고 태아도 원만히 출산할 수 있었다"면서 "이런데도 의료진은 사과는커녕 합리화에만 급급하다. 의료시스템의 허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해당 병·의원 측은 "내·외과 진료 때 임신 가능성 여부는 필수 확인 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와 달리 내과 소변검사는 임신 여부를 검사하는 항목이 없고, 담낭 제거술 때도 평소 복용약이나 만성질환 보유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는 얘기다.

B의원 원장은 "환자도 몰랐던 임신 여부를 부모를 동반해 방문한 미혼 환자에게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C대학병원 교수 역시 "평소 생리불순이 길었다는 A씨 말에 따라 임신을 의심할 근거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사용한 마취제는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환자에게 산부인과 상담을 이어주는 등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의사회는 병·의원에서의 임신 여부 문진이 법제화돼 있지 않다 보니 환자 진술이 없으면 일일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 관계자는 "병원이 모든 가임기 여성에게 임신 여부에 대해 검사를 권유한다면 환자와 건강보험 부담이 모두 증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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