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관계로부터의 자유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 전문가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 전문가

우리는 매일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부모자녀, 부부, 친구, 연인, 동료 등 수 도 없이 많은 관계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이 관계라는 것은 우리에게 위안도 주지만, 스트레스의 주원인이 될 만큼 어렵기도 하다.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들이 늘 서점 베스트셀러 10위안에 드는 것도 우리가 늘 관계에 목말라하거나 힘들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물론 서로 다른 인간이 만나 관계를 맺는데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해도, 관계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보기 싫은 사람을 계속 보거나, 관계가 끝나는 것이 두려워 관계를 위한 관계를 맺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알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서로에게 집착하거나 소유하려 할 때 그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힘이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자녀를,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을, 연인 간, 친구 간에 내 마음대로 하려 들 때 관계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사실 '너를 위해'라는 이름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의 깊은 곳에는 나의 만족과 욕심이 있다.

인간은 이중적인 존재이다. 사회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존재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에밀 뒤르켐은 이러한 이중적인 존재를 '호모 두플렉스'라고 명명하여 사회적인 존재에 의해 개인적인 존재가 길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근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자유로운 '개인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먼저임을 더 강조해왔고, 실로 인간은 나면서부터 독립된 인격체이다. 어린 아이를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아주 어린 아이들도 자신의 삶을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하나의 독립된 객체이기 때문에 소유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소유하려 들 때 튕겨나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면 소유와 집착의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삶을 존중하여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도록 해줄 때 그 사람은 내 곁에 머무르게 된다. 또한, 소유의 마음을 내려놓으면 나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관계를 내 곁에 묶어두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어,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만 한다는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원래의 '나' 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 결국은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아예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겠지만 서로에 대한 소유와 집착을 내려놓은 채 개인의 삶을 존중하며 '잘'싸우고 맞춰가는 시간을 가질 때, 관계의 질은 보다 높아지고 스트레스는 좀 더 낮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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