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기로 유명한 경북지역 양반가 전통 예법을 개혁하는 종가들이 늘고 있다. 바야흐로 차례 및 제사에도 '탈권위'와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고성 이씨 종택인 임청각(臨淸閣·보물 182호)은 일년내내 제사가 끊이질 않았고, 그만큼 손님들로 매일 북적였다. 이런 임청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의 고손자인 이창수(54) 종손은 "설 차례상은 작은 상 4개에다 과일 4개랑 포, 떡국까지 합해 10개가 채 안 되도록 간소하게 마련한다"고 했다.
이 종손은 일년내내 모셨던 제사도 바꿨다. 광복절인 8월 15일 4대조의 제사를 모두 모아 지내고 있으며 제사 시간도 자시(밤 11시~새벽 1시)에서 정오로 변경했다. 제사를 마치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비빔밥을 먹을 정도로 식사도 간소화했다.
이 종손은 "임청각에는 예부터 제사 때문에 식구들을 힘들게 하지 말라는 원칙이 전해온다"고 했다.
실제 1744년 작성된 제사 매뉴얼인 '고성 이씨 가제정식'(家祭定式)에는 '제사상은 간소하게 차릴 것', '윤회 봉사(형제간에 돌아가며 제사를 지내는 것)를 할 것', '적서(嫡庶)의 차별 없이 모두 참여시킬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종가의 맏형격인 퇴계 종가도 개혁의 대열에 동참했다.
퇴계 종가는 지난 2014년 1월 문중의결기구인 상계문중운영위원회(이하 문중운영위)를 열고 매년 자정 전후로 열리던 퇴계 불천위 제사를 오후 6시로 당겨 지내기로 결정했다.
앞서 퇴계 종가는 2011년 '종손 말이 법'으로 통하는 종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문중운영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종손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퇴계 16세손인 이근필(87) 종손은 "죽으면 납골당에 가겠다"고 했으며, 17세손인 이치억(43) 차종손도 "제사가 간소화되지 않으면 종가의 미래는 없다"고 하면서 '종가의 개혁'을 주창하기도 했다.
이처럼 차례 및 제사를 간소화하는 종가들이 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경북 지역의 불천위 제사 173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절반인 87곳이 자시가 아닌 오전이나 저녁에 치러지고 있다. 더욱이 불천위 내외의 제사를 따로 지내지 않고 '합사'해 한 번만 지내는 곳도 49곳으로 28%나 됐다.
4대 봉사, 고조까지 지내는 전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경북의 종가 169곳 가운데 10곳은 3대까지만, 31곳은 2대까지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종길(78)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장은 "많은 종가가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에 대해 전통 예법을 따르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지낼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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