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달 퇴임 앞둔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 "후배들을 위해 퇴장"

법무법인 삼일로… 대구법조 품격 지킬 것
안동지법 신설 위해 시민사회단체 활발한 유치 활동 있었으면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은 누구? 1958년 군위에서 태어난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은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지난 2012년 청주지법원장으로 재직한 2년을 제외하면 줄곧 대구에서 법관 생활을 보냈고 대구지법 수석부장판사, 대구가정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4년에는 차한성 대법관 후임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은 누구? 1958년 군위에서 태어난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은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지난 2012년 청주지법원장으로 재직한 2년을 제외하면 줄곧 대구에서 법관 생활을 보냈고 대구지법 수석부장판사, 대구가정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4년에는 차한성 대법관 후임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34년간 줄곧 대구법원에서만 근무해온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이 이달 퇴임을 앞두고 있다. 평소 원로법관으로서 후배 법관들을 위해 힘쓰겠다고 다짐해온 그에게 정년을 4년 앞둔 지금 퇴임을 결심한 소회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물었다.

-평생 법관으로 지내겠다는 결심을 주변에 자주 이야기했다고 들었다. 정년을 4년 앞둔 지금 퇴임을 결심한 이유가 있나?

▶자리도 많고 법관도 많은 서울이라면 고위법관이 임기를 마친 후 원로법관으로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대구는 그렇지 않다. 계속 근무한다면 후배들의 자리를 뺏는 결과를 낳게 된다. 34년 동안 법원 생활을 마치고 정들었던 대구 법원을 떠나게 됐다. 법원장에 취임할 때 임기를 마치면 후배들을 위해 아름답게 퇴장하기로 다짐했고, 이제 그 다짐을 실천할 때가 됐다.

-일부에서는 최근 벌어진 이른바 '사법농단사태'가 퇴임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이 영향을 안 줬다고는 할 수 없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동안 지법원장, 고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선배 법관들이 물러나는 게 사법부 안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최근 있었던 일들로 국민들의 비판과 법원 안팎의 어수선한 논의과정을 지켜보자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진다. 사법절차에 따라 더 이상의 논란이 없기만을 바란다.

-1985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줄곧 대구에서 법관 생활을 보냈다. 지역에서 대법관이 나온다면 지역 대표 법관인 사공 원장이 될 거라는 관측도 많다. 실제 지난 2014년 차한성 대법관 후임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퇴임을 앞둔 지금 아쉬움은 없는가?

▶부족한 사람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평소 분수대로, 순리대로 살자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아무런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 임관 당시에는 대구법원에 있는 법관 대부분이 지역 법관이었다. 다른 법원과 달리 대구법원은 그런 분위기를 늘 자랑스러워했다. 최근에는 지역 법관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지역법관제를 둘러싼 폐해도 있지만, 장점도 상당하다. 앞으로는 제도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

- 지역 법조계에는 이춘희 대구변호사회장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삼일로 간다는 이야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개업하게 되면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민 끝에 해당 법무법인으로 가기로 했다. 변호사가 되더라도 공익을 외면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비록 자리가 바뀌더라도, 대구법조의 큰 테두리를 지키며,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워지려는 자세를 지키도록 힘쓸 예정이다. 특히 지역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처신을 잘하고, 대구법원과 사법부에도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달 퇴임을 앞둔 사공 원장이 퇴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이달 퇴임을 앞둔 사공 원장이 퇴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고법원장 취임 일성으로 꼽은 대구법원 청사 이전지가 확정됐다.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안동지법 신설 문제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안 발의로 첫걸음은 뗀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 후배 법관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안동지법 신설에 가장 필요한 건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참이다. 특히 다른 지역처럼 정·관계 및 경제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활발한 유치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울산의 경우 지역 정치권의 적극적인 요구로 부산고법 원외 재판부 설치 등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안동지법 신설은 경북 북부 지역의 낙후된 사법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기가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대구법원과 후배 법관에 대한 당부도 부탁드린다.

▶사법부가 어려울수록 법원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여, 인간미가 흐르는 따뜻한 법원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의 온기가 재판받는 당사자들과 국민들에게 전해져, 따뜻하고 정감 있는 사법부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또한, 재판의 품격이나 법원의 품격은 우리들 내면의 성숙도와 자부심, 그리고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평온함이 더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이를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좀 더 가꾸고 키워나가는 노력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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