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은 100년 '한 세기'의 시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벅찬 희망보다는 절망적이고 퇴폐적인 '세기말 풍조'가 매번 만연했다. 재앙을 걱정한 것이다. 20세기를 앞둔 '19세기 말'은 달랐다. 유럽은 자유와 평등의 기운이 넘쳤고, 행복이 개인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산업화로 의식주가 나아졌고, 여성들도 점차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어 갔기 때문이다. 한편 시민들은 해체되던 구체제에서 방출되는 엄청난 에너지와 현재와 상상 속의 미래의 간격 사이에서 불안해 했다.
'1900'이 새겨진 이 종(사진)은 20세기를 앞두고 독일에서 만들었다. 장인은 새 세기를 맞아 독일인의 자부심과 염원을 담았다. 영광된 통일 독일제국의 왕관과 문장인 '쌍머리 독수리', 번영하는 '빛나는 날개'와 국민 단합을 위한 '움켜쥔 4개의 손'을 조각했다. 되돌릴 수 없게 흘러가는 시간을 기억하라며 '모래시계'도 넣었다.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기원한다는 독일어와 함께, '세상을 살다가 갑자기 휴식을 얻고 모두의 애도 속에 죽을 지어라'는 라틴어 문구도 있다. 당시 통일 독일은 보불전쟁에서 승리하며 최초로 유럽 대륙의 맹주가 되었고, 산업화에 성공하며 부유해졌다. 그들은 나라의 번영을 바랐지만, 동시에 가정의 행복과 평화, 그리고 평온한 죽음까지를 열망하던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20세기에는 인간이 존중되고 공존을 위한 지구촌의 협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쟁과 이념 대립, 기아와 공황도 있었다. 새 천년을 시작하던 '20세기 말'에도 휴거와 같은 '세기말 풍조'가 있었고, 여전히 같은 바람을 반복하였다. 국가 부도 사태를 경험하던 우리 국민들에게는 그 염원이 더욱 절실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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