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광고인, 퀸(Queen)

실험정신이 가득한 음악으로 사랑받았던 퀸
실험정신이 가득한 음악으로 사랑받았던 퀸

제목이 황당할 수 있다. 세계적인 록 밴드인 퀸(Queen)이 광고인이라니? 퀸의 오랜 팬들에게 욕먹을까 두렵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퀸에 대해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2018년,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 브랜드는 단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다. 작년 10월 31일 개봉해 현재까지 993만4천881명(2월 10일 기준)의 관객을 모았다. 천만 관객 돌파가 코앞이다. 이 영화는 순식간에 극장을 공연장으로 바꿔버렸다. 극장 측은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은 관객들을 위해 싱어롱(sing along) 상영관을 만들어 큰 재미를 봤다. 싱어롱 상영관이 없는 지방의 팬들은 서울까지 올라와 콘서트(?)를 즐기는 극성을 보였다.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케 했을까?

필자는 영화광이다. 하지만 절대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지는 않는다. 새로운 영화를 볼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달랐다. 필자를 극장에 세 번이나 오게 했다. 첫 번째는 개봉작이란 이유로, 두 번째는 혹시 놓친 디테일이 있을까 봐 봤다. 마지막엔 광고인으로서 그들의 장인 정신을 배우고 싶어서 봤다.

그들은 음악을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음반 작업을 위해 시골 한적한 마을에 머물며 오로지 녹음에만 몰두했다. 작곡할 때 스치는 작은 영감에도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멤버들끼리 싸우는 순간에도 영감을 얻어 곡으로 만들기도 했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는 틀에 박힌 노래를 만드는 걸 거부했다. 록 음악에 오페라를 섞은 장장 6분 길이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세상에 내놓았다. 물론 대중적인 음악으로 배를 불려야 하는 제작사는 기겁했다. 하지만 그는 제작사와 결별할지언정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였다. 결국, 제작자에겐 퇴짜를 맞았지만 대중들에겐 인정을 받게 된다.

음반 하나에 엄청난 장인 정신을 담아낸 밴드 퀸
음반 하나에 엄청난 장인 정신을 담아낸 밴드 퀸

퀸은 자신을 노래를 사랑해달라는 광고를 낸 적이 없다. 다만 한 곡 한 곡 내놓을 때마다 크리에이티브로 무장한 노래를 내놓았다. 그들의 음악은 다른 스타들처럼 예쁘지 않았다. 오히려 모난 노래들이 많았다. "엄마, 나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mama, just killed a man)"라는 가사는 절대 예쁘지 않다. 하지만 그다음 가사가 궁금해서 귀를 스피커에 붙여버리게 된다. 퀸은 강력한 콘텐츠 그 자체였다. 그런 힘으로 전 세계에 퀸 돌풍이 불었고, 사람들이 그들을 찾게 했다. 사달라 하지 않고 팔리게 한 것이다.

광고는 이래야 한다. 이 브랜드를 사랑해달라는 말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두 번, 세 번이 넘어가면 프러포즈가 아니라 구걸이 되고 만다. 광고는 브랜드가 반짝이게 보이는 빛의 역할만 해야 한다. 그다음은 브랜드의 몫이다.

필자는 퀸을 통해 장인 정신을 봤다. 그 장인 정신은 필자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곡 하나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며, 작은 아이디어에도 신경이 곤두서있는 모습이 필자를 돌아보게 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퀸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땅의 광고인들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퀸을 공부했으면 좋겠다.

창의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창의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싱어롱 상영관에서 영화를 본 관객이 뱉은 말이 무척 인상 깊다. "프레디 머큐리, 다시는 죽지 마요."

이것이 필자에겐 '강력한 힘을 가진 콘텐츠는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렸다.

우리는 눈만 돌리면 광고를 볼 수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 광고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광고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잠시 멈춰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카피 한 줄에, 디자인 한장에 영혼을 담아 세상에 내놓는지. 우리의 창작물 속에 과연 장인 정신이 담겨 있는지.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장이'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은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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