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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노의 푸드스토리텔링]오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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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노의 푸드스토리텔링

먹기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이것이 문제로다.

한국사회는 오래전 농경사회로 생활의 모든 중심이 농사일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성공적인 농사를 위해서 24절기를 중요하게 여겼고 절기 때마다 그에 맞는 다양한 음식을 준비했었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음식은 제를 올려 조상에게 감사하며 가족과 이웃이 서로 나누어 먹으며 공동체 삶의 일부로 중요시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먹고 사는 게 여유로워진 현대 사회가 되면서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에게 존중받고 있는 명절은 설과 정월 대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해의 시작을 뜻하는 설날은 흥겨운 날이라기보다는 경건한 날의 의미가 큽니다. 그래서 그날은 흰떡을 동그랗게 썰어 떡국을 끓여 먹고 다양한 놀이를 즐겼습니다. 경건하게 맞이한 설이 보름쯤 지나면 신나는 명절로 정월 대보름을 즐겼습니다. 설날보다 더 큰 명절로 여겼던 정월 대보름엔 더 많은 놀이와 행사를 즐겼으며 다양한 음식과 그에 관련된 풍습도 현대에 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꽤 많습니다. 정월 대보름과 관련된 절식들의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래전 우리 조상님들도 자신을 비롯한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바랐습니다.

1년 내내 고된 농사일에 매달려야 했기에 신체의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했을 겁니다. 따라서 건강을 음식을 통해 기원했고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것은 중요한 삶의 자세였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외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음식들이 대만 음식이라길래 저는 얼마 전 대만으로 미식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미식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름에 걸맞을 만큼 온갖 먹거리가 넘쳐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이 어떻게 현대사회의 변화에 걸맞도록 발전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니 음식에 대한 그들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면적도 좁고 자연환경도 다양하지 않지만, 그들은 먹기 위해서 산다고 여겨질 만큼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조상들 섬기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먹는 것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가요? 결론만 얘기하자면 우린 바쁜 일상을 이유로 살기 위해 음식을 먹고 또 번거롭다는 이유로 우리의 조상들과 그 조상들이 이어온 전통들을 너무 쉽게 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음식이든 생활이든 트렌드를 이끌 것인가 이끌려 갈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우리 음식과 그 음식이 가진 의미를 되새기며 이어가려는 우리들의 태도를 바꿔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다음 주면 설에 이어 큰 명절 정월 대보름이 됩니다. 올 정월 대보름엔 오곡밥에 묵은 나물을 얹어 김에 복을 싸서 먹고 좋은 소식만 들으라고 귀밝이술도 한잔 마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미신처럼 여겨질 의식들이 우리들의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더 여유로운 생각을 만들어 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먹기 위해 살다 보면 지금보다 좀 더 마음의 여유를 누리며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 youji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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