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2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 '오! 캐롤'을 관람했다. 팝의 거장 닐 세다카(Neil Sedaka)의 주옥같은 명곡을 주크박스 뮤지컬로 감상하면서 문득 닐 세다카의 근황이 궁금했다. 올해 팔순의 고령이지만 공연을 활발히 펼치고 있었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 닐 세다카의 공연이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왔다.
영국 BBC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한 그랜드캐니언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경비행기를 타고 지구의 20억 년 역사가 담겨 있는 그랜드캐니언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라스베이거스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매년 개최되는 비즈니스 컨벤션의 메카이다. 연중 매일 수십 편의 쇼와 뮤지컬, 팝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아무 때나 방문해도 실내 공연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볼거리가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공연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닐 세다카의 콘서트는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아담한 공연장에서 열렸다. 닐 세다카가 그랜드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오 캐롤'을 부르고 때로는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여독이 확 풀렸다.
당대 최고의 팝 아티스트 레이디 가가의 재즈&피아노 콘서트도 관람했다. 공연이 열린 MGM 파크 시어터는 5천2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실내 공연장이지만 무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좌석까지의 거리가 44m에 불과하다. 7년 전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을 관람했을 때와는 달리 무대가 잘 보였고 차분하게 음악에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파크 시어터 옆에는 다목적 실내 경기장인 T-모바일 아레나가 눈에 띄었다. 2017년 5월 이곳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BTS)은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최대 2만 명의 관객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아레나가 라스베이거스에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대구는 왜 아레나급 공연장을 꿈꾸지 않는 것일까? 이미 고척스카이돔과 올림픽공원의 여러 공연장에서 케이팝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서울에서 창동역 인근에 '서울아레나'를 건립하려는 것은 아레나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1950년대, 60, 70년대는 물론이고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대구에는 수많은 음악적 스토리가 있다. 그럼에도 대구는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대구에도 아레나급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 들어선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단순히 음악 공연 산업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당장 어렵다면 실내 공연장이 아니지만 새로 개장하는 '포레스트 아레나'를 케이팝 공연장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짧은 여행의 마지막 날 밤 MGM 그랜드 호텔에서 데이비드 카퍼필드 쇼를 관람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매직쇼였다. 카퍼필드가 오래전 세상을 뜬 부친과 극적으로 재회하는 장면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부모님을 떠나보낸 뒤 삶의 유한함을 절감하고 여행을 통해 힐링하는 삶을 지향하고자 했다. 정신과 진료와 여행을 병행하면서 칼럼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부족한 글을 읽고 성원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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