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터 종 사랑이가 새 가정으로 입양됐다. 사랑이는 멋진 카리스마를 풍기는 외향과는 달리 유난히 활달해 사냥개보다는 반려견으로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단란한 가정에 입양된다는 소식이 더없이 반가웠고 가족들은 나쁜 기억을 잊고 사랑받고 살라며 이름을 사랑이라 지었다고 했다.
전 주인에게 버림받은 사랑이가 구조된 것은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 12월이다. 포항 인근의 야산 농수로 안에 숨어있는 개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SBS TV동물농장에 구조를 의뢰한 것이다.
포인터 종은 성격이 사람을 잘 따르는데 한겨울에 농수로 좁은 틈새에 숨어있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검사가 진행되면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사랑이 몸에는 총탄이 수없이 박혀있었다. 엑스레이 사진에서 몸 곳곳에 납으로 만든 탄환이 발견됐으며, 그중 한발은 앞다리 뼈를 부수고 뼛속에 탄환이 박혀있었다.
4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여섯 군데에서 탄환을 제거했다. 하지만 미세한 납 파편들은 모두 제거할 수는 없었기에 납 성분에 의한 장기적인 건강 이상이 염려됐다. 사랑이가 지속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산탄총은 하나의 탄환 속에 수십~수백발의 작은 금속 탄환이 들어있어 총을 쏘면 작은 탄환들이 퍼지면서 동물을 맞힐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러한 산탄총이 개를 향했다는 것은 엽사가 땅에서 이동하는 사냥감을 겨냥하다 뒤쫓던 개를 맞추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수보다는 고의성을 의심하는 이유는 사고 후에 주인이 사냥개를 찾지 않은 부분이다.
동물 등록 정보가 담긴 마이크로칩은 몸에 내장되어 있지 않았다. 구조 후 주변 사냥 협회와 경찰서를 통해 주인을 수소문하고 TV동물농장 방송이 나간 후에도 끝내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냥은 생명을 배려하고 예를 중요시하는 품격 높은 레포츠라고 한다. 총기를 다루는 만큼 안전 수칙을 엄격히 이행해야 하고 사냥하는 동물에 대한 배려와 환경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40년 전부터 납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오발 사고로 사냥개나 사람이 겪게 되는 납탄의 위해성도 문제지만 들판에 흩뿌려진 납탄들로 인한 토양 오염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바다에서 납을 이용한 어구류를 법적으로 제한하듯이 납으로 만들어진 산탄총의 사용은 하루빨리 규제되어야 한다.
사랑이의 사연이 계기가 되어 국내 엽서협회의 자율적인 계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길 소망해본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