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이 들면 운전도 죄냐" vs "감각 떨어져 사고 위험" 65세 이상 운전 제한, 노인-청년 갑론을박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고령운전자 교육을 받은 노인이 자신의 차량에 배려와 양보를 나타내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m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고령운전자 교육을 받은 노인이 자신의 차량에 배려와 양보를 나타내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m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노인 운전자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사고가 증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세부 통계를 보면 고령운전자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7년 기준 고령운전자는 전체의 8%이지만 노인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전체의 12.1%, 사망사고는 20.3%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은 이미 2000년 고령화 사회(전체 인구의 7% 이상이 노인)에 진입했고, 수 년 내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의 노인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추세라면 고령운전자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본 기사는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하는 고령운전자 교육 참가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된 재연 상황입니다.

◆김여사 옆 김영감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노인 운전 갱신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청년대표는 통계를 바탕으로 생계운행을 제외한 노인 운전을 전면 제한해야한다고 주장했고 노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중재자로 나선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은 달라진 고령운전자 안전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청년대표

지난 2월 25일자 뉴스 보셨습니까? 72세 할머니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도주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할머니는 최저속도 50km/h인 고속도로에서 30km/h대 저속운전을 해 많은 사람들에 피해를 주었습니다. 결국 접촉사고가 발생했고 다른 차 운전자는 사망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죠? 이 할머니는 사고 후 갑자기 속도를 내 현장에서 도망칩니다. 그리고 경찰에는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진술합니다. 어르신들의 양심은 차치하더라도 나이를 먹으면 시력이나 청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자동차도 일종의 무기인데 개인이 편하자고 다수의 시민이 위험에 노출되어서는 안 되지요. 편가르기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요구가 아닙니다. 안전과 생명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운전하는 노인은 전체의 8%지만 그들이 낸 사고는 가벼운 접촉사고 이상입니다. 노인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전체 사고의 20%가 넘습니다. 이 통계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노인운전자는 면허기준을 높이든 제한하는 것이 맞습니다.

▶시골노인

나는 의성에서 농사를 짓는 노인입니다. 도로 위에 자동차는 많아지고 몸은 점점 둔해지는데 우리라고 운전하고 싶겠습니까? 도시에는 버스도 전철도 있지만 시골에선 차 없이 못 댕깁니다. 나이 많은 사람도 먹고 살려면 움직여야 합니다. 매일 집에서 밭까지 5km 거리를 출퇴근 한단 말입니다. 걸어 다니기도 멀지만 농산품을 옮겨 실을 때는 트럭 없이는 일할 수 없어요. 읍내 볼일이 있을 때도 차를 몰고 얼른 다녀오면 편해요. 시골 노인이라 배차 시간이 1시간인 버스만 타고 다녀야 합니까? 시골사람이고 노인이라서 한가하게 보낼 거란 생각은 편견입니다.

▶도시노인

올해 78세가 되었고 운전 경력은 4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노인에게 자동차가 필수품인 건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은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자가용을 몰던 사람에겐 대중교통이 똑같이 불편합디다. 나이를 먹어도 내 차로 이동하는 게 더 편할 뿐더러 젊은 사람 눈치 보며 공짜로 자리 빼앗는 것도 썩 기분이 좋은 일이 아니에요. 나도 점점 몸이 둔해지는 걸 느끼고 젊은 사람이 보면 노인 운전자들 답답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도 면허 갱신해서 타는 거잖습니까. 노인은 편하게 다니면 안 됩니까?

배려와 양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배려와 양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로 알 수 있듯 노인운전자 인구에 비해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고 사망자가 많다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시골 어르신들이 자동차 없이 이동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현실이고요. 어르신들도 자가용으로 편하게 이동하실 권리가 당연히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령이 되면 신체적인 감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그에 맞는 면허 갱신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고령운전자 교육' 인데요.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올해부터 고령운전자 교육의 갱신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고 교육 내용도 실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존 청력, 시력검사 외에도 순발력부터 기억력 테스트까지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고령운전자 중에 인지능력이나 순간 판단력이 떨어지는 분들은 치매검사도 실시해 운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면허 취소를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면허증을 반납하는 어르신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어르신께는 졸업장과 소정의 상품권을 드리고 있습니다. 공단은 교육과 검사를 통해 고령운전자의 면허를 갱신할지 여부를 판단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본인 스스로 인지하고 결정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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