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이 되면 코리안 타임도 없어지나 보다. 어르신들은 항상 일찍 도착해 계신다. 교육은 10시부터 시작이지만 9시가 조금 넘어 절반 이상의 어르신이 자리를 채웠다.
'고령운전자 교육'은 기본소양교육-안전진단 검사 소개-안전진단 검사-(합격시) 운전면허갱신 순으로 진행된다. 기본소양 교육에서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사례를 통해 평소 노인들이 스스로 조심해야 할 사항에 대해 자가 점검한다.
곧바로 안전진단 검사가 이어진다. 검사는 터치패드 앞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방송의 지시에 따라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인지능력과 기억력을 측정하는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방향 기억검사'에서는 고속도로에서 흔히 보는 교통표지판을 보여주는 데 연산문제를 풀어가며 표지판 내용을 맞혀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직진), 조치원(직진 후 좌회전), 대전(우회전) 표지판을 확인한 후에 바로 '7-3=?' 같은 간단한 연산문제를 푼다. 곧바로 '대전의 방향은?'이란 문제가 나오면 3 지 선다형 문제 중 '우회전'을 기억해 맞추는 식이다. '횡 방향 동체 추적검사'에서는 모니터에 'XXXX' 차 번호의 트럭이 지나가고 객관식 답안 중에 방금 차 번호를 기억해 내야 한다.
고령운전자 안전진단 검사의 대부분은 어르신들의 인지능력을 측정하는데, 치매 여부를 가늠하기 위한 검사라고도 볼 수 있다. 검사방식의 문제점도 엿보였다. 이날 참가한 대부분의 어르신이 전자기기(터치패드)에 익숙하지 않아 검사 내내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도로교통공사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판단 기준으로 평가하고,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수용하기 위한 방식이라 할지라도 아직까지 노인들에게는 터치패드가 생소해 검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물론 평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르신은 30대인 기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고, 끝내 시험방식을 이해 못 한 노인은 중도에 포기했다. 실제로 올해 대구에서 교육을 받은 고령운전자 중 25%가 터치패드 검사에서 탈락했다.
교육을 마친 후 참가자들의 고령운전에 대한 인식 변화도 엿볼 수 있었다. 참가 어르신들이 검사 전에는 교육 주기가 너무 짧다고 얘기했지만 교육 후에는 갱신 기간이 3년으로 줄어든 이유에 수긍이 간다고 답했다. 경북 고령에서 온 박문호(79) 씨는 "운전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는데 안전검사도 시험이라 생각하니 긴장이 되고 안 써본 기계를 앞에 두니 더욱 당황했다. 오늘 합격해 계속 운전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했다. 이날 운전면허증을 반납하신 어르신도 있었다. 북구 고성동에 사는 이항진(89) 씨는 "운전이 힘든 나이면 반납하는 게 맞지 교육까지 받아가며 운전할 필요가 있겠는가? 앞으로 가까운 거리는 운동 삼아 걷고 외출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면허증을 반납한 이 씨는 도로교통공단 졸업장과 1만원 상품권을 받았다.
◆나라별 고령자운전자 면허 갱신 제도(표)
뉴질랜드 – 75세가 되면 자동말소 / 80세부터는 운전면허시험 2년 주기 갱신
호주(서부) – 80세 이상 매년 의료증명서 제출 / 85세 이상 주행시험 실시
영국 – 70세 이상 고령자 3년 주기 면허 갱신
일본 – 70세 이상 3년 주기 갱신(안전교육 / 스티커 부착) / 면허증 반납 시 교통비 일부 지원, 택시 65세 이상 양수 금지, 75세 이상 양도 금지 / 1998년부터 반납제도 실시(15년도엔 27만명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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