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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인생 2막] "서예·문인화·하모니카· 봉사활동 등 하루해가 짧다" 인생 2막을 즐기며 사는 이찬희 씨

이찬희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는 이찬희 씨.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는 이찬희 씨.

올해 69세인 이찬희 씨는 늘 바쁘다. 그의 스마트폰 일정표에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획이 빼곡하게 메모돼 있다. 개인적인 취미활동이 대부분이지만 후배양성, 봉사활동도 있다. "슈퍼우먼처럼 늘 바쁜 것도 좋고, 하루하루가 즐겁다. 퇴직 전에 미리미리 준비하면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일할 때보다 더 바쁘지만 행복해"

이 씨는 2012년 교직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서예를 비롯해 문인화, 차(茶), 하모니카 연주, 봉사활동 등의 일정이 계획돼 있다. "빠듯한 일정이지만 이젠 몸에 배 괜찮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내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서예는 어릴적 할아버지로부터 배웠다. 먹을 갈아주면서 자연스럽게 붓을 잡았다. 정식으로 서예를 배운 뒤부터는 각종 공모전에 출품해 여러 차례 입상하기도 했으며, 개인전·단체전을 갖기도 했다. "주위에서 저의 서예 작품에 대해 힘이 있어 남성적이란 평을 듣는다"고 했다 요즘도 시간만 나면 습관처럼 붓을 잡는다. "붓을 잡으면 잡념도 없어져 머리가 맑아져 좋다"고 했다.

문인화는 1980년부터 시작했다. 문인화의 기초인 붓글씨가 어느 정도 돼 있고,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교사로부터 칭찬을 받았던 터라 문인화는 어렵지 않았다. 교사 시절, 학생들 책받침에 국화나 대나무 등을 그려줬다. "책받침에 아무 것도 없어 허전해 보여 그림을 그려줬더니 아이들이 좋아해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다"고 했다. 이 씨는 매화와 난초, 국화, 대나무 등 사군자를 주로 그린다. 특히 겨우내 참고 있다고 어느 날, 확 터져나오는 매화 꽃에 반해 매화를 즐겨 그린다"고 했다. 이 씨는 어느 것보다 문인화에 열중하고 있다. 개인전도 열었고 문인화대전의 초대작가, 심사위원도 역임해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껴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있다. 매일 붓을 잡는 것도 문인화를 잘 그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씨는 하모니카도 잘 분다. 음악 가정에서 자라 피아노, 플루트 등과 같이 하모니카도 어릴 때부터 배웠다고 했다. 이 씨는 한국하모니카리더스의 오케스트라단에 소속돼 복지센터나 요양원 등에서 재능기부를 한다. "선율에 맞춰 리듬을 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하모니카 연주로 누군가를 치유하는데 도움을 주고, 행복을 공유하는 봉사자로서의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씨는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가슴 뿌듯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위로하러 갔다가 되레 위로 받고 더 많이 느끼고 배우고 돌아온다"고 했다.

이 씨의 하모니카 예찬론은 끝이 없다. "휴대하기 좋다는 장점도 있지만 시니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악기"라면서 "숨을 내쉬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는 많지만 하모니카는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내쉬어야 하기 때문에 폐활량을 키우는데 좋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한 차와 꽃꽂이에도 조예가 깊다. 졸업생들이 결혼하면 부케를 직접 만들어 선물한다. 시(詩)에도 관심이 많아 4권의 시집도 냈다. "지금도 시상이 떠오르면 종이부터 찾는다"고 했다.

◆"미리 준비하고 잘 어울리면 외롭지 않아"

이 씨는 퇴직 이후의 삶을 은퇴 전부터 계획을 짜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생에도 경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씨는 또 혼자하는 것보다 여럿 모여 하면 더 좋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외롭다. 낯 안 가리고 잘 어울려야 한다. 함께하면 실증도 나지 않고 더 재미있다. 지금하고 있는 서예도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서실을 찾는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베풀고 나누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행복해진다. 그러다보면 익숙해진다"고 했다.

끝으로 이 씨는 자신을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남편도 옆에서 먹을 갈아주는 등 도와준다. 아이들도 슈퍼우먼처럼 즐겁고 열심히 사는 나를 좋아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렇게 살 것"이라고 했다.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는 이찬희 씨.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는 이찬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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