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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역대학]중-'특성화가 곧 경쟁력' 돌파구 찾는 지역 대학

경북대 본관. 매일신문 DB
경북대 본관. 매일신문 DB

학령인구 감소, 정부 구조조정 압박, 자금난 등 3중고에 직면한 대학들은 이미 예견됐던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지역 대학들은 융복합대학 설치와 같은 학사 구조개편, 산학협력 연구기술 개발 등의 특성화를 앞세워 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특성화, 산학협력…자구책 찾는 대학들

지역 대학들이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미래형 신산업 관련 학과 육성이다.

경북대는 ▷인공지능·로봇공학·의생명융합·수소에너지 등 ITA(Information Technology Architecture; 정보통신구조) 분야 '차세대혁신연구원' 신설 ▷학부 '융합중점학과' 신설 ▷학·석사 또는 학·석·박사 과정을 연계한 '대학원 융합학과' 신설을 추진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계명대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융합적 기술형 인재 양성을 위해 올해 K-클라우드 컬리지(Cloud College)를 신설했으며, 대구가톨릭대 역시 융합 전공화를 통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쇄신과 학사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영남이공대는 전문대 최초로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생들을 집중 케어하는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일본어 실무회화 등 어학교육을 받을 수 있고 글로벌튜터링 진로지도, 현장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경력개발 프로그램 등의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외에도 지역 대학들은 10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약화된 재정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익 창출에도 고심 중이다. 특히 국가의 대학지원사업 등을 적극 유치하는 동시에 교내 기금을 확충하고 산학협력, 연구기술 이전 등을 통한 재정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

경북대의 'PTR 교수(중점 기술연구교수)' 제도는 대학의 새로운 산학협력 혁신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PTR 교수는 기업의 애로기술 해결뿐 아니라 대학이 가진 특허나 신기술을 발굴해 지역 기업에 이전·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학교 수익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한의대의 화장품·바이오 관련 산업체와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및 화장품 기업과의 기술 이전 역시 주목받는 수익 창출모델이다.

◆보다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하지만 일각에선 기부 활성화와 산학협력 강화, 4차 산업 대비한 학사구조 개편 등은 기존 되풀이되던 대책인 만큼 대학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대학 중 가장 혁신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부산의 경성대와 동서대의 대학협력시스템이다. 이들 대학은 중복 투자를 막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국 처음으로 시설·강의·교수 등을 공유하고 있다. 도서관, 스포츠시설, 공연장 등은 공동 사용하고 교양 강의 등도 공동 개설해 두 대학 학생 모두가 함께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충북 제천시는 지역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내 세명대·대원대 등과 '제천시 공무원 특별임용을 위한 장학생 선발 업무협약'을 맺고 자격 요건을 충족한 10여명의 졸업생을 매년 지방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고 있다.

안동대는 대학강좌를 도민에게 개방하는 명예학생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학력 제한 없이 만 20세 이상 경북도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재학생과 함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 수에 대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로만 집중되는 학생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대 한 교수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에 봉착해 있는 일본의 경우 아예 대학생의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도쿄에 있는 대학의 정원을 억제하는 법안까지 제출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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