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9개월간 공석 중인 대구미술관장에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을 내정했다. 최 내정자는 지난해부터 무려 세 차례에 걸친 공모 끝에 결정된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분이 틀림없다. 최 내정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한편으로, 공모 과정에서 나타난 대구시의 줏대 없는 문화행정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대구시는 2011년 개관 이후 미술관장에 타지 출신을 고집했다. 초대 김용대, 2대 김선희, 3대 최승훈 관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이고, 대구와는 연관이 없었다. 이번 공모에서도 지역 출신을 배제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하는 듯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6월과 8월, 두 차례 공모를 했다가 '적격자 없음'으로 결정하고, 3차 공모 시기를 올해 3월로 늦추는 희한한 계획까지 세웠다. 표면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공모 시기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두 미술관에서 탈락한 응모자를 대구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였다. 자존심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문화행정의 전형이다.
권영진 시장이나 공무원들이 '수도권 추종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대구미술관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구미술관은 현재의 예산과 인력, 소장품을 볼 때 세계적인 미술관이 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지역 미술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 지역 출신이라고 최선일 수 없지만,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역 인재가 부족하다면 키우는 것도 대구시의 할 일이다.
대구시가 투서질, 헐뜯기 등 지역 문화계의 고질적인 풍토를 꺼리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 이유만으로 지역 인사를 배제해선 안 된다. 대구는 근대미술의 발상지이자 현대미술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도시다. 대구시는 그 역사와 전통에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문화행정을 펼쳐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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