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한 대학교 의과계열에 입학한 A씨. 최초 합격 시 차석이었지만 수석 합격자가 다른 대학교에 등록하면서 A씨는 학과 수석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등록 기준 '수석'이라는 영예뿐이었고, 기대했던 장학금 혜택은 없었다. 학과 수석 입학 장학금은 최초 '합격자' 기준으로 지급된다는 학교 규정 때문이다.
지역 대학들이 우수 인재를 유치하겠다며 '등록금 전액 면제 및 학기당 수백 만원에 이르는 이른바 면학 장학금'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최상위권 입학생 대부분은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때문에 입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지만 대학 측은 "신입생 입시 요강에 이미 공지한 내용"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은 여러 대학에 복수 합격한 학생들이 이른바 '더 좋은 간판'의 대학으로 옮겨가면서 발생하고 있다. 지역 대학 대부분의 학과에서 최초 합격 기준으로 수석을 차지한 학생이 최종 등록까지 하는 사례는 그만큼 많지 않다는 뜻이다.
지역 한 대학생은 "수석 합격한 사람을 장학생으로 선발했으니 그 사람이 등록하건 말건 아무 상관없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라며 "대학들은 그럴 듯한 장학 혜택을 준다고 홍보하지만 실제 수혜자는 없는 상황이 매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우수 신입생을 유치하겠다면서 이런 '꼼수'를 부리니 오히려 지역 대학을 선택한 우수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는 꼴이 됐다"며 "최상위권 지원자들이 얼마나 등록했고, 이들에게 돌아간 장학금 혜택이 얼마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일 뿐 제도 개선에 대한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구의 한 4년제 대학 관계자는 "전형별 규정이 다양한데다, 입학 후 주어지는 장학제도도 많다"면서 "수석 입학생이 받지 못한 장학금은 없어지거나 다른 예산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장학 예산으로 남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대학 장학복지 관계자는 "해당 피해 사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현재 장학심의위원회 등에 상정돼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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