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키워드로 읽는 한국 현대미술/윤난지 외 지음/현대미술포럼 기획/사회평론 펴냄

미술사 연구 공동체 '현대미술포럼'이 '한국현대미술 읽기'(2013), '한국 동시대 미술: 1990년 이후'(2017)에 이어 세 번째로 펴낸 한국 현대미술사 연구서다. '현대미술포럼' 필자들은 변화무쌍한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 양상을 '경계를 넘나들다', '여성이 말하다', '현실을 이야기하다', '매체를 확장하다', '제도를 생각하다'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분류해 한국 현대미술이 걸어온 길을 살펴본다.

◇ 경계를 넘나들다

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은 서구 및 아시아의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그만의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가?'라고 묻고, 한국 현대미술의 '한국성'이란 순수하거나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며, 당대 한국의 현실과 미술이 조응하는 가운데 형성되었으며, 유동적인 과정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작가 정찬승은 평생 한국과 미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으로 추상, 입체, 행위, 설치 미술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창작했는데, 한국의 현대미술 역시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기성과 전위, 예술과 대중문화, 한국과 서구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성된 문화적 혼종물이었다는 것이다.

◇ 여성이 말하다

한국 미술계에서 여성 미술가들의 활동이 본격화된 시점은 1950년대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험과 감수성을 전면에 드러낸 여성 미술가들의 작업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제2장 '여성이 말하다'에서는 1970-80년대의 여성성을 드러내는 미술작품들을 소개한다. 동시에 많은 여성 미술가들이 다채로운 작업을 보여주었음에도 '추상표현주의 여류화가'라는 단일한 이미지로 서술되어 온 점을 지적한다.

이 장에서는 한국미술사에서 여성 주체를 둘러싼 맥락의 변화와 여성 미술가들이 여성성을 다루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 현실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현대미술은 격변하는 현대사의 흐름과 함께 전개되어 왔고 작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에 당대 현실을 투영해왔다.

제4집단, 현실과 발언, 민중미술은 당대 주류 이데올로기와 타협하지 않고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보여준 대표적 예이다. 현실과 발언은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부작용을 드러냈으며, 민중미술은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군부독재에 저항했다. 오늘날 미술 작가들은 심화되는 빈부격차와 불평등으로 파생되는 사회적 약자에 주목한다.

◇ 매체 확장, 제도개선

책은 백남준의 미디어아트를 시작으로 지난 25여 년간 한국 현대미술을 매체 확장의 측면에서도 조명한다. 2000년대 들어 국공립 기관이나 기금의 후원을 받는 대안공간들의 협의체와 이들이 기획한 국제전, 비엔날레, 각종 레지던시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제도, 즉 학교나 미술관 교육이 미술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듯이, 교육매체로서 텔레비전도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미술관과 미술시장 속에 국가 공권력과 행정시스템이 개입하는 관료제 현상을 지적하고, 이런 개입이 관리되는 미술을 출현시키고 예술가를 타율적인 존재로 전락시킨다고 지적한다. 491쪽, 3만원.

▷대표 지은이 윤난지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로 있다. 2000년 석주미술상(평론 부문), 2007년 석남미술이론상을 수상했다. 이 책을 기획한 '현대미술포럼'은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윤난지 교수와 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연구포럼으로 20여 년간 여러 권의 번역서와 공저서를 출간하며 미술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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