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문학 위기, 우리 대학은]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생들의 취업률 등에 밀려 인문학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현실이다. 인문학을 배우면 사회에서 쓸모가 없다는 인식이 온라인 상에서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문과충'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킬 정도로 과학·기술학 등에 인문학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대학가에서는 다변화하는 시대 속에 모든 학문의 근간이 되는 인문학의 중요성에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최근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만 2천300억원 수준의 예산을 투입해 인문학 활성화 지원에 나서는 등 인문학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인문학 평생교육, 인문학술원 운영, 인문학을 접목한 강의 등 각 대학마다 인문학 활성화 방안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문학의 위기 속, 지역 대학들의 다양한 인문학 살리기 활동을 살펴본다.

최근 포항 도시전략연구소에서 열린 경북대 인문학술원 청소년 인문학 강좌에서 이상환 시민인문학연구센터장이
최근 포항 도시전략연구소에서 열린 경북대 인문학술원 청소년 인문학 강좌에서 이상환 시민인문학연구센터장이 '인간의 타락과 영원회귀의 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경북대학교 제공

〈1〉'인문학 통해 현대인의 심리 치유까지'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은 ▷인문학의 대중화 ▷생활 속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인문학 전파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교의 인문학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산업시대를 넘어 4차산업시대 도래까지 인문학에 대한 중요성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북대는 1973년 동양문화연구소를 시작으로 2005년 동서사상연구소, 2008년 한중교류연구원, 2011년 인문대학 부설 열린인문학센터 설립 등으로 인문학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후 2013년에 분산 운영되던 각 연구소를 하나로 통합해 인문학술원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인문학 활성화에 돌입했다. 연구소의 통합으로 각각의 연구소가 진행하지 못했던 대규모 인문학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인문학술원은 활동 영역을 넓혀 일본연구센터, EU지역연구센터, 실크로드조사연구센터, 언어정보연구센터 등에 이어 올해는 역사문화아카이브연구센터를 설치했다. 이곳에 대구·경북의 '기록관'을 설치하고 자문과 콘텐츠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시민들의 애향심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급변해가는 사회 속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인문학을 활용해 정서를 어루만져주고 심리를 치유하는 연구를 진행해 그 성과가 주목되고 있다.

경북대 인문학술원의 인문카운슬링 연구는 지금까지 우울증 등의 증세 치료가 의학이나 약물을 이용한 치료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인문학적 접근법으로 내재된 갈등을 풀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줘 나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 폭력 등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오는 8월이면 경북대 대학본부 옆에 문을 여는 인문진흥관에 인문카운슬링 연구 관련 기관이 입주한다. 이미 31명이 인문카운슬링 융합전공 수업을 듣고 있으며, 다음 학기에는 대학원 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장소와 시설, 전문인력 등이 갖춰지게 되면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 대한 인문학 심리치료도 가능해 질 것으로도 기대된다.

경북대 인문학술원의 인문학 활성화 활동은 지역의 스토리 발굴에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의 기반이 되는 역사와 문화 스토리를 연계하는 데에도 인문학술원의 도움이 컸다.

앞으로 경북대 인문학술원은 지역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인문학 강좌 및 활동 프로그램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역 인재를 키우고 타도시 유출을 막는 등 지역 발전에도 인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김석수 경북대 인문학술원장은 "지금까지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인문학이 너무 없었다"며 "이에 칠곡과 인문도시사업을 진행하고 고령, 합천 등의 지역에서도 인문학을 통한 만남 행사를 여는 등 지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지식의 양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지식을 쓸 수 있는 창조적인 상상력이 필요한데, 인문학이 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또 무한경쟁과 지식전쟁 속에서 현대인들이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에도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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