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살우'(矯角殺牛).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인다는 사자성어이다. 마치 현재 낙동강 보 처리 방안 검토를 위해 환경부가 수문 개방 실험을 반복하며 생태계 파괴를 가중시키는 모습이 마치 교각살우와 같은 형국이다.
정부는 보 개방 실험을 통해 강 생태계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보의 존치 혹은 해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험 과정에서 다시 생태계가 파괴되는 상황은 전혀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특히 달성보의 경우 인근에 자연생태의 보고로 불리는 '달성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일괄적으로 실험이 이뤄진 것이 문제다. 수문을 개방했다 막았다를 반복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삽시간에 수위가 달라져 어패류는 폐사하고 습지는 메마른 땅이 되는 등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달성보는 2017년 6월부터 보 부분 개방에 들어가 수위 13.5m 선을 유지하다 지난해 10월 추가로 수문을 개방해 취수 제약수위인 12.5m까지 낮췄다. 이후 2월 초에는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면서 달성보 수위는 9.24m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상류에 위치한 화원유원지와 사문진교 등은 바닥을 드러냈고, 물을 흥건히 머금고 있어야 할 달성습지는 메마른 사막처럼 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엔 달성보를 막아 수위를 12.5m까지 끌어올렸고, 결국 3월 말에는 양수 제약수위인 13.5m까지 수위가 올라갔다.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생태계는 고통에 신음해야 했다. 동식물들은 일정한 환경이 유지되어야 그에 적응해 나름의 생명력을 보전해나간다. 하지만 수위 조절 실험은 이런 생태계 구조를 뿌리째 흔들어버린 것이다.
급격하게 물이 빠지면서 강으로 이동하지 못한 조개와 어패류들은 그대로 폐사했다. 당시 생태계 보호를 위해 대구시 공무원과 환경단체 회원 등이 긴급 구조 활동을 벌였지만 드넓은 습지 어패류를 모두 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자연 속 개구리들은 산란할 곳을 찾지 못했고, 특히 멸종위기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폐사한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여러 차례 되풀이될 것이란 점이다. 환경부는 이번 낙동강 보 개방이 한시적이다 보니 보의 환경경제 영향성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어 추가 보 개방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달성습지는 또다시 극단적인 환경 변화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한다. 환경단체 등이 4대강 보 해체를 주장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생태계 회복'이었다. 갇힌 물길을 틔워 자연 본래의 흐름을 되찾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 철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습지 생태계를 뒤흔드는 것은 과연 적절한 처사일까. 물을 빼기 전 화원유원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달성습지는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습지 특유의 다양한 종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물자원의 보고였다. 이곳을 지켜내는 것 역시 보 해체를 통한 낙동강 복원만큼 중요한 과제다.
생태계는 실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번 파괴되면 복원에 수십~수백 년이 소요되는 탓이다. 보 유지든 철거든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는 자연을 본연의 모습을 거스르지 않고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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