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고, 매달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는데, 올해 갑자기 만성콩팥병이 발견돼 혈액투석을 시작했다는 48세 홍길동씨. 몸이 자주 붓고 피곤했지만 과로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고혈압 진료를 받았음에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합병증으로 투석치료를 시작한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혈액투석과 같은 신대체치료를 요하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21.4%는 고혈압이 원인이다. 만성콩팥병 1~3기 환자들은 절반 이상이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었고, 4기일 경우 80%가 고혈압을 앓고 있다. 이처럼 혈압과 콩팥은 밀접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고혈압은 너무 흔한 질환이다 보니 환자나 의사도 자칫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본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는 2016년 752만명으로, 이중 절반 가까운 수가 65세 이상이다. 30세 이상 인구에서 고혈압 발생률은 29.1%로 해마다 증가추세지만 치료 받는 사람은 61%에 불과하다. 또 약을 복용하고 혈압이 조절이 잘되는 환자는 43.7% 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문제는 콩팥 기능이 떨어져도 초기에는 소변 검사상에만 이상이 나타날 뿐,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콩팥이 점차 손상되어도 '피곤하다, 몸이 푸석한 것 같다, 입맛이 없다' 등 주관적인 증세들이 많다. 따라서 홍길동씨처럼 한참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일쑤이다.
혈압은 심장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액을 체내 구석구석 보내줄 때 가해지는 압력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한 혈압은 뇌, 심장, 콩팥, 눈 등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만성콩팥병이 발생하고 악화되는 원인은 콩팥을 이루는 사구체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사구체내 미세혈관이 굳어지는 신장경화증이 주된 원인이다. 이렇듯 고혈압은 만성콩팥병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당뇨병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에 의한 만성콩팥병의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체액 및 염분 조절의 장애, 혈관 활성물질의 증가로 고혈압이 발생되기도 한다. 즉 고혈압 환자에서 콩팥의 장애가 발생하면 경한 혈압의 상승에도 콩팥 손상이 진행되고, 이는 다시 혈압 상승을 유도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고혈압에서 콩팥 손상 정도는 혈압 상승의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혈압이 콩팥 기능 저하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적극적인 혈압 조절은 콩팥 기능 보호에 가장 중요한 치료다. 그러나 만성콩팥병의 원인 질환 및 합병증에 따라 고혈압 치료의 목표, 최적의 항고혈압제 사용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콩팥 손상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완치가 힘들다. 그래서 더 이상 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콩팥병 치료의 최대 목표는 투석 시기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위험인자를 미리 관리하는 것이다.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초기 콩팥병은 무증상이거나 비특이적인 점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정기적인 검사와 감시를 통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겠다.
윤영득(경산 윤영득 신&장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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