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생명 경시 풍토 조장' 우려 높아

헌재 "임산부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침해"…2020년 연말까지 관련법 개정해야
법조계 '국제적 흐름에 부합' VS '생명경시 우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태죄폐지반대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집행부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선고 결정이 내려진 뒤 의견별 재판관 수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각각 재판관 4명 헌법불합치, 3명 단순 위헌, 2명 합헌 의견으로 최종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낙태죄폐지반대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집행부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선고 결정이 내려진 뒤 의견별 재판관 수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각각 재판관 4명 헌법불합치, 3명 단순 위헌, 2명 합헌 의견으로 최종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해온 현행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낙태죄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본 헌재는 2020년 연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로써 1953년에 제정된 낙태죄는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동의낙태죄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심판에서는 태아의 발달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에 헌재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법 조항을 2020년 연말까지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법조계는 '국민 여론 및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는 판단'이라는 반응과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전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법률적으로는 낙태죄를 금지해왔지만 현실적으로는 낙태가 많이 행해지고 있다"라며 "규범력을 상실해온 법률에 대해 헌재가 확실한 기준을 세움으로써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춘희 대구변호사회장은 "자칫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점이다. 향후 입법과정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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