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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 논란, 어떻게 돼 가나?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제공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던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매일신문 2018년 8월 13일 자 2면 등)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2017년 1월 "국내 최장(最長) 구름다리를 팔공산에 설치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한지 2년여만이다. 시는 환경 훼손과 문화재 영향 등에 대한 시민 여론을 모아 재추진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반대 단체 측과의 논의는 이뤄진 적이 없어 불씨는 남아있다.

◆ '관광 활성화 vs 환경 훼손' 여론 팽팽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사업 주민설명회에서 기본설계내용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사업 주민설명회에서 기본설계내용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시가 팔공산에 국내에서 가장 긴 320m 길이 구름다리를 놓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관광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였다. 2004년 58.6%에 달했던 팔공산권 관광객 유입률이 10%대로 내려앉은 데다, 이마저도 대부분 등산이나 불교 관련 방문객이어서 관광객을 이끌어올 수 있는 핵심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국비와 시비 등 140억원을 들여 팔공케이블카 정상에서 동봉 방향 낙타봉까지 구름다리를 짓고, 체험형 관광지를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본설계 당시 "개장 이후 5년 동안 1천670억원의 생산파급효과와 4천173명의 고용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장및빛 전망도 내놨다.

대구시 관계자는 "파주나 원주 등 구름다리 사례를 보면 개장 후 많게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등산하기 어려워 팔공산 경관을 즐기지 못했던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도 손쉽게 찾을 수 있어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가 팔공산 팔공케이블카 정상~동봉 방향 낙타봉까지 국내 최장(最長) 320m 구름다리 설치 사업을 구체화 해, 백지화를 요구해온 환경단체와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매일신문 D/B
'대구 앞산·팔공산 막개발 저지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공산 구름다리와 앞산 관광명소화사업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매일신문DB

그러나 사업은 곧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대구의 상징인 팔공산에 수백m의 인공 구조물을 건설하면 환경 파괴는 물론, 경관도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대구경실련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팔공산 막개발 저지 대책위원회'는 "팔공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예산낭비 구름다리 사업을 전면 폐기하고, 팔공산을 온전히 보존하면서도 관광의 질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환경 훼손은 제한적'이라는 결과까지 발표했지만 좀처럼 비판 여론이 숙지지 않자 결국 시는 올해 들어 구름다리 실시설계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다음 달 16일 열릴 시민원탁회의 첫 의제로 구름다리 조성사업을 선택해 공론화를 거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민원탁회의의 특성 상 회의를 열어봤자 결론은 시의 의도대로 나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대구시는 실시설계 중단 이후 3개월이 넘도록 반대 단체 측과 제대로 접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반대 단체들을 무시하고 시 정책에 우호적인 시민들이 많이 참석하는 원탁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정당성을 얻겠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문화재 영향·케이블카 운영 업체 특혜 논란도

대구시가 팔공산 팔공케이블카 정상~동봉 방향 낙타봉까지 국내 최장(最長) 320m 구름다리 설치 사업을 구체화 해, 백지화를 요구해온 환경단체와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매일신문 D/B

구름다리 예정지에서 멀지 않은 동화사 염불암에 대구시 지정 문화재인 마애불좌상, 보살좌상, 청석탑 등 문화재가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와의 거리가 500m 이내인 지역에서 공사를 하려면 해당 문화재에 대한 보존대책과 현상변경이 필요하다.

이진련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구시가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동화사와의 협의조차 없이 현상변경을 통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찰지원법 상으로도 사찰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름다리의 시작점이 팔공케이블카의 종착지라는 점에서 민간 케이블카 업체가 사업의 성과를 독식할 수 있다는 특혜 논란도 거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7년 30억원 정도였던 팔공케이블카의 매출은 구름다리 조성 이후 45억원으로 급등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5년 동안 매년 5%씩 증가한다는 예측도 제시됐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문화재 현상변경 절차를 진행해 사업을 추진하고, 케이블카 업체와는 개발이익 환수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사업이 중단돼 있는 만큼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시민들과 반대 단체의 의견을 참고해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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