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와 경주시가 지역의 명운을 걸고 유치에 나섰던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 입지가 경주와 부산·울산 접경지역으로 분리될 모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원해연 입지를 둘로 쪼개 중수로는 경주에, 경수로는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쳐 설립하기로 사실상 결정을 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는 지역 민심은 혼란스럽다. 허탈감과 배신감 그리고 상실감과 위기감 등이 중첩된 복잡한 심정이다. 더구나 부산·울산에 들어서는 경수로 원해연은 2천400억원 규모인 데 반해 경주의 중수로 원해연은 700억원 규모라고 하니 이 또한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그토록 대망했던 원해연을 떡 가르듯 나눠주는 것도 웃기는 일이거니와 경주에는 '본원'이 아닌 '분원'이 온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경주가 원해연의 최적지라는 근거는 이미 누차에 걸쳐 강조했다. 우선 경북 지역에는 원전 24기 중 12기와 관련 시설이 집적해 있다. 원해연이 경주에 들어설 경우 원전 설계에서 건설과 운영 그리고 해체와 폐기까지 전 과정이 가능하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로 국내 첫 원전 해체사업을 경주가 맡아야 한다는 당위성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탈원전으로 인한 경북 동해안의 경제적·사회적 피해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치적 셈법으로 원해연 입지를 분리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TK 홀대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방폐장 유치 등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승적으로 협조했던 지역 민심이나, 원해연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절박한 지역 민심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민은 원해연의 입지가 여건과 당위성을 도외시한 채 정치적 논리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 우려해 왔다. 그런데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역시나' 하는 절망감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원해연 입지를 동해안에 두겠다고 에드벌룬을 띄우던 정부가 결국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꼼수를 부리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커다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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