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진 재전송](https://www.imaeil.com/photos/2019/04/24/2019042415205697252_l.jpg)

"대구에는 갈 데가 읍따."
진심인가. 가보지 않고 '없다'부터 질러본 거 아닌가. 하루가 멀다 하고 대구를 찾는 대만관광객들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여행 프로그램 몇 편에 대구 여행 르네상스를 일군 대만 방송사의 기획력과 대만 연예인들의 저력인가.
매일처럼 지나는 출퇴근길을, 바람 쐬러 나선 산책로를 관광지로 추천하기 주저하는 이 동네 특유의 겸허함이다. 지나친 겸손의 결례를 방조할 수 없는 법이다. 때마침 대구 여행주간(27일~다음 달 12일까지)이다.
서문야시장과 근대문화골목을 간판으로 내세웠던 대구 관광 콘텐츠에 확장판도 나왔다. 게임에 비유하면 업그레이드 맵이 추가된 셈이고, 아이돌그룹으로 치면 신입 멤버가 투입된 셈이다. 생태체험 투어다. 동구 팔공산 주변과 달성군 일대다. 활동적인 곳을 좋아하는 이들과 가족단위 여행객을 아우르는 구성이다.
일부 프로그램은 벌써 마감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대구 외곽의 핫플레이스는 공기가 맑았다. 프로그램 일정과 무관하게 몸보신용으로 다녀가도 좋을 곳들이다.
◆팔공산 정기 흡입 코스, 대구올레
대구 여행주간 기간에 대구시가 내놓은 대구올레 코스는 두 가지다. 봉무공원 단산지와 팔공산 동화사를 거점으로 삼는다. 둘 다 팔공산 정기를 마시는 경로다. 그간 주연급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불로고분군과 단산지가 눈에 띈다. 특히 불로고분군은 경주 신라왕릉 고분군에 비하면 초라한 느낌이다.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이야깃거리도 탄탄하지 못하다.

깨놓고 말해 불로고분군은 공동묘지다. 다만 존귀한 이들의 공동묘지다. 발굴했더니 귀금속이 많이 나왔다. 기록이 없을 뿐이다. 주변에는 민간에서 쓴 묘가 더러 섞였다. 봉분이 높고 규모가 큰 묘 옆에 붙었다. 묻힌 이가 누군지 알 수 있는 묘가 누가 묻혔는지 모르는 거대 봉분 옆에 띄엄띄엄 앉아 있다. 명망이 있는 이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살아있는 자의 재산추구권과 죽은 자의 영면권, 유사 이래 지속된 자손 행복기원권 등 현세와 내세를 넘나드는 바람들이 묘의 대통합으로 이어져 자연스럽다.
죽음이 지워지고 기록이 지워질 만큼의 시간이 흘렀기에 가능한 공존이다.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그저 노란 금계국이 지천에 깔린 야산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산 사람의 기준으로 봐도 이곳은 명당이다. 고지대에 있어 조망권이 탁월하다. 멧돼지에 파헤쳐질 위험도 없다. 참배객은 아니나 연중 찾는 이들이 있어 외롭지도 않다.
불로고분군 고지에 올라서면 지는 해가 볼 만하다. 석양의 자연조명에 대구시가지가 불그스름한 흑백화면처럼 변한다.
불로고분군 한 바퀴를 돌아 걸으면 1.4km쯤 된다. 경부고속도로 굴다리 아래로 건너면 봉무공원 가는 길이다. 봉무공원의 핵심은 단산지다. 단산지는 외곽에 있어 소외된, 주식으로 치면 숨겨진 우량주다.
자줏빛 영산홍이 에메랄드빛 단산지에 비칠 만큼 제철이다.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늦게 알아 미안할 정도다. 건장한 남성 팔뚝만 한 잉어들이 못 바깥으로 홰치듯 펄떡인다. 저러다 횟감으로 사용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잉어의 생명력은 동심원을 그리고 파문은 커진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나들이 리스트에 올려둬도 좋다. 아이들에게 친밀한 코스다. 나비생태학습관이 단산지에 붙어있다. 현장체험학습장으로도 인기다.
무엇보다 팔공산 자락과 가깝고 차량 통행량이 적다. 시골마을에 온 듯 공기가 맑다. 수성못과 성당못이 인공의 느낌, 성형미인이라면 단산지는 자연미인이다. 너무도 자연적인 길이다. 트레일런 코스로 조깅마니아들이 뛰어도 좋을 길이다. 풀풀 먼지가 이는 길도 아니다. 한 바퀴 3.5km, 천천히 걸어서 40분 거리다.
때에 따라 훈련하는 공군전투기 소음이 거슬리지만 길지 않다. 유유자적 걸을 수 있는 길로 감수할 수 있을 데시벨이다.

대구시가 내놓은 대구올레의 또 다른 코스는 팔공산을 직접 오르는 길이다. 팔공산 동화사 방면의 탑골등산로를 시작점으로 염불암삼거리를 거쳐 동화사 방면으로 빠져 나오는 길이다. 대구시민들이 좋아하는 등산로 코스를 걷기 편하게 줄였다. 동봉까지 가지 못한 체력이 아쉽다면 팔공산 케이블카 탑승도 나쁘지 않다.
◆대구 관광의 센터, 김광석 길
'김광석 길'이라는 게 생긴 지 10년이 다 돼 간다. 주당들 사이에서 '그 막걸리집' 정도로만 알려졌던 방천시장 주변이 일약 전국적 명소가 됐다.
그의 이름을 딴 거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물리적 거리로만 재자면 300m에 불과하다. 통과하는데 1시간이 부족하다. 벽화를 봐야하고 글귀를 읽어야 한다. 이것저것 보다보면 커피향이 코에 들어온다. 다리도 이때다 싶어 풀리기 시작한다. 대구 중구청이 최근 내놓은 '김광석 길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 보고서'가 이해됐다. 보고서에는 방문객 평균 체류시간을 2시간 남짓이라 했다.

벽화를 보며 세월아 네월아 움직인다. '서른 즈음에' '거리에서' '이등병의 편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등 그의 노래를 제목으로 한 벽화와 짧은 글귀가 있다. 두뇌가 위로 모드로 바뀐다. 김광석이 나를 위로하는 것인지, 내가 김광석을 추모하는 것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확실한 건, 죽은 김광석이 죽은 거리를 살렸다는 거다. 10년 전, 20년 전 이곳을 떠올리면 상전벽해다. 야외공연장, 공방, 사진관, 갤러리, 카페, 편의점, 방송국이 들어왔다. 김광석이 이곳에 산 기간은 4년 남짓. 대봉동에서 태어나 5살까지 방천시장 인근에서 살았다고 한다. 살아생전 그는 대구에서의 삶을 반추한 적이 있었을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서도 이곳에서 김광석을 떠올린다. 교회에, 사찰에, 모스크에 들어가 신에게 자신을 맡기듯 자동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성소다. 기타치는 그의 동상이 보일 때부터 그의 노래가 드나들었던 귀는 추억상자를 두드린다. 열린 상자에선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던 때가 재생된다. '소주 안주로 김광석 노래가 최고'라는, 길 끄트머리에 있는 벽화, 광수생각에 무릎을 친다.

김광석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위로가 업인 사람인 모양이다. 듣는 이들은 그의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따라 부르기는 쉬웠으나 요즘말로 '소울'까지 흉내 내긴 어려웠다. 노래는 그렇게 시대를 흘러 둥둥 떠서 또 다음 시대로 넘어간다. 그저 그의 부재와 요절이 가슴 저리다.
애초에 먹먹한 마음으로 들어설 의무감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를 추모하는 엄숙주의로 접근하고 싶다면 서울 대학로가 합리적인 길이다. 그가 콘서트를 열어 관객과 소통했던 곳은 주로 서울이었다. 김광석 길을 찾는 발걸음이 숙연하지 않다 지탄할 이는 누구도 없다. 펀치볼 오락기계도 있고 온갖 상업 시설이 다 있어도, 미니유원지 같아도 아무렴 상관없다.
외려 월세가 얼마라는, 권리금이 얼마라는 놀라움과 부러움의 피드백이 묵직하다. 법률용어와 행정용어가 뒤범벅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시사용어로 이어질 때면 머리가 핑 돈다.

◆대구 관광의 히든카드, 네이처파크와 달성습지
네이처파크라는 곳이 있다. 교감형 생태동물원을 표방하고 있는 곳이다. 수목원이라 불러도 좋다.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꽃과 나무다. 멀리 내다보면 소나무 천지다. 대구 여행주간 동안 이곳에선 아이들이 요리 실습을 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요리도 요리지만 방사된 동물들이 제멋대로 구는 모습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짝짓기 시도나 난데없는 노래와 울음에 놀랄지 모른다. 플라스틱 칸막이 하나를 두거나 아예 없는 상태로 아이들이 동물과 마주 한다.

다양한 외래 동물들이 살고 있다. 뽀로로 친구 에디의 모델인 사막여우, 사향고양이를 닮은 야옹이 빈튜롱이 대표적이다. 실내동물원에선 인도보리수, 모링가나무 등의 열대림에 카피바라, 서벌캣, 미어캣 등이 제 방식대로 살아간다.

달성습지도 대구의 보물이다. 대구시가 내민 히든카드는 달성습지 생태학습관이다. 그러나 대구시민들은 생태탐방로 데크길을 추천한다. 낙동강 흐르는 방향대로 나 있는 데크길이다. 1km 남짓한 데크길은 사문진나루터까지 이어진다. 여유 있게 걸어도 20분이다. 해질녘에 오면 낙조의 햇살가루가 낙동강에 뿌려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차일피일 개관이 밀리고 있던 생태학습관은 임시라는 이름이 붙어 대구 여행주간에만 문을 연다. 정식 개장은 7월이라 한다.
데크길 바로 위 화원동산도 추천 장소다. 이름이 동산이어서 아담과 이브의 원시적 자연을 떠올릴 법하지만 인공적인 낙원의 느낌이다.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달성습지가 크게 열리는 조망도 확보된 곳이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면서 만들어낸 거대 모래톱에선 원시의 자연을 연상해도 무방하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