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총리실이 신공항 새로 판정한다니 그렇게 할 일 없나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이 마침내 '김해 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에 부적합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구경북은 배제한 채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점에서 대구경북을 향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또다시 대구경북과 부울경이 끔찍한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으니 한숨만 나온다.

부울경은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기 위해 온갖 꼼수와 편법을 마다하지 않았다. 2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김해 신공항 검증단 최종보고회'에서 '김해 신공항 부적합' 결론을 내놨지만, 그 결론을 예측하지 못한 이는 아무도 없다. 지난해 10월 '부울경 김해신공항 검증단'이 구성될 때부터 결론을 짜맞춰 놓았고, 어떤 전문가들이 검증에 참여했는지 공개하지도 않았다.

베일에 싸인 검증단이 2016년 정부 용역을 수행한 국제적인 전문기관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김해공항 확장안'과는 반대의 결론을 내놨으니 '소가 웃을 일'이다. 검증단에 속한 전문가라고 해봐야 부울경에서 추천한 들러리에 지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보다 2016년 5개 시도지사가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고 합의한 사항을 파기하는 것은 심각한 신뢰 위반 및 국가 질서 교란 행위다. 아무리 욕심 많고 상식이 없다고 해도, 같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 3명이 담합해 지난 정부에서 결정한 일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도록 부추기고 방조한 정부 여당은 도대체 책임감이란 말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울경은 꼼수에 불과한 검증 결과를 국무총리실에서 재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국무총리실은 조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동조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어찌 이 모양인가. 국가 정책으로 이미 진행 중인 데다 지역 간 다툼이 벌어질 위험 사안을 총리실이 다시 만지작거리겠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과 다름없다. 총리실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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