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옮겨간 여야 싸움…나라 꼴 우습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과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 청원'이 나란히 올라와 홈페이지가 하루 종일 마비되는 소동을 빚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다툼이 청와대로 옮겨가 또 다른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니 정말 우스운 꼴이다. 문제가 될 줄 알면서 청원을 시작한 이들이나 이를 게시한 청와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SNS에 동의를 독려하는 국민, 모두 이성을 잃은 듯하다.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은 지난 22일 처음 게시돼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지난 주말 난장판 국회가 되면서 폭발적으로 동의자 수가 늘었다. 28, 29일 시간당 1만 명 이상으로 늘어나더니 29일 오후 5시 현재 동의자가 45만 명을 넘었다. 이 추세라면 100만 명은 시간문제일 것 같지만, 청와대 답변이나 결과가 나올 수 없는 청원인데도 모두 자신의 감정풀이에 열중하고 있다.

그뿐이라면 괜찮지만, 29일 하루에만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 청원' 등 비슷한 내용의 청원이 10개 가까이 올라와 맞불을 놓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한 자유한국당 처벌하라' '자유한국당 의원 처벌은 안 된다'라는 청원까지 올라와 게시판은 완전히 난장판이다.

어찌 보면 청와대가 여야 정쟁을 자신의 앞마당으로 불러들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당초 어떤 뜻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국민청원 항목에 '정치개혁'을 집어넣은 것부터 잘못이다.

청와대가 2017년 8월부터 국민청원을 시작한 취지는 바람직했다. 국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런 부작용이 일어날 줄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다. 무제한의 자유는 있을 수 없지만, 청와대가 포퓰리즘에 경도된 정책을 펼치다 결국 자기 발목을 잡은 자가당착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국회에 이어 청와대까지 이 모양이니 나라 꼴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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