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일 벤틀리를 땅에 묻을 거예요"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이 무슨 염장질이냐. 나는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데 돈 자랑을 해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벤틀리가 걱정된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남의 재산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벤틀리는 우리 집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실제 이 말을 한 사람은 '치퀴노 스카르파(Chiquinho Scarpa)'라는 브라질의 한 부자였다. 그는 2015년 어느 날 SNS에 글을 올려 50만 달러(약 5억 7천만원)의 벤틀리를 땅에 묻겠다고 선언했다. "돈 많은 것 자랑하냐?" "그 돈으로 불우이웃이나 도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포크레인으로 땅을 판 사진으로 게재해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비난은 관심과 함께 왔다. 비난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졌다. 마침내 벤틀리를 땅에 묻겠다는 날이 왔다. 사람들의 관심 덕분에 방송사에서는 헬리콥터까지 동원했다. 그리고 무덤으로 들어가는 벤틀리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차가 묻히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때 치퀴노 스카르파는 손에 든 삽을 놓고 취재진을 자신의 집안으로 초대했다. 차분해진 분위기에서 그는 묵직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벤틀리를 땅에 묻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기를 땅에 묻어버리나요?"
이는 장기 기증을 유도하는 강력한 퍼포먼스였다. 메시지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는 그동안의 비난을 감수했다. 역발상 마케팅의 효과는 엄청났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브라질의 장기기증은 31.5%나 상승했다.

바이럴 광고를 하고 싶다면 건강하게 뒤통수를 쳐라. 치퀴노 스카르파는 그 법칙을 잘 활용했다. 만약 그의 퍼포먼스가 건강한 의도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벤틀리 차의 성능이라든지, 차를 파는 마케팅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디어의 크리에이티브는 인정받았을지언정 좋은 마케팅으로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악랄한 뒤통수는 지양하자. 어설픈 뒤통수는 당신의 브랜드를 몰락으로 이끈다. 건강하게 타인의 뒤통수를 치자.
나쁜 소문이 좋은 소문보다 네 배 더 빠르다. 실험에 따르면 부정적인 소문은 100명 속에서 빠르게 퍼져 81%가 소문을 들었고 무려 86%가 소문을 전했다. 반면 긍정적인 소문은 불과 18%만이 소문을 들었고, 고작 4%만이 소문을 전파했다. 인간은 나쁜 소식에 더 반응하고 확산시킨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 장기기증 퍼포먼스 팀은 이 법칙을 기가 막히게 이용했다. 나쁜 소문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바이럴이 되도록 설정한 것이다. 그 팀은 사람들의 비난이 감사했을 것이다. 비난이 커질수록 반전의 임팩트가 커져 버렸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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