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술인증원이 물산업클러스터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취재 과정에서 들었던 수많은 얘기 중 한국물기술인증원의 가치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던 말이다. 물기술인증원의 향방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이토록 쏠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그만큼 물기술인증원이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있는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이로 인한 된서리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면 '몸통'(물산업클러스터)만 대구에 남고 '뇌'(물기술인증원)는 다른 곳에 가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물기술인증원 없는 물산업클러스터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시와 인천시, 광주시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물기술인증원은 지난해 6월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물기술인증원은 윤재옥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대구 달서을)이 발의한 '물관리 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품질과 성능을 보장하는 인검증 업무를 맡게 될 물기술인증원은 물기술산업법에서도 핵심이다.
대구시는 가장 물망에 올랐지만 법에 설립 지역이 명시되지 않아 처음부터 험로가 예고됐다. 물기술인증원을 중심으로 관련 공공기관 추가 이전 가능성과 기업 투자 등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인천시와 광주시를 비롯해 대전시, 경기도까지 경쟁에 뛰어들어 한동안 안갯속이었다.
결정적으로는 지난해 말 대구가 후보지 가운데 가장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는 환경부 자체 용역 결과가 나온 이후 대구 유치 당위성은 점차 무르익었다. 대구가 물산업에만 최적화된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추고 있고 관련 기관이 집중돼 업무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쉽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 해외 진출까지 모두 한곳에서 가능한 것이다.
또 지난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를 찾아 "연구개발, 기술 성능 확인과 인증, 사업화, 해외시장 진출까지 물산업의 전 분야에 걸쳐 지원하겠다"고 언급했고, 지난 4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도 대구를 찾아 물기술인증원 유치 지원을 약속하면서 분위기는 고조됐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 1월 물기술인증원 설립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늦어도 4월 초까지는 입지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정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오는 6월 준공이 임박한 물산업클러스터 핵심인 물기술인증원 설립 지역이 확정되지 않아 기업들이 입주와 투자를 꺼리는 등 자칫 클러스터 운영 채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소재지 발표가 10일쯤으로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열린 설립추진위원회 4차 회의에서는 물기술인증원 소재지 논의 결과, 대구에 설립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물기술인증원이 물산업클러스터에 설치돼 국가 물산업 허브 조성과 수출 도약의 계기가 되고, 대구가 글로벌 물산업 중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돛을 비로소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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