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농기계는 다 갖고 오세요. 못 고칠 농기계는 없습니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 일대에서 농기계수리점을 운영하는 풍양종합농기계 최병태(59) 대표가 손님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그의 말처럼 손님들이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치지 못할 농기계는 없다'고 자부하는 최 대표는 35년 동안 농기계 수리 외길인생을 걸어온 장인이다. 기계를 작동하지 않고 몇 마디 대화로도 어디가 고장인지, 문제인지 알아낼 정도다. 현재는 입소문이 퍼져 수리가 어렵다고 판정받은 농기계들이 전국팔도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부품이 단종되거나 없어도 문제없다. 고장 난 부품을 기존 부품보다 더 정밀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기술도 갖고 있어서다. 농번기가 시작되면 시간이 금과 같은 농부들에게는 빠르고 정확한 수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의 기술력은 더욱 빛을 낸다.
그에게 수리를 맡긴 손님들은 "급하게 찾아가도 금방 수리가 되고, 한 번 고친 곳은 두 번 고칠 일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여섯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최 대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 1984년 예천읍 소재 농기계 수리 분야 명장이 운영하던 수리점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기술만 있으면 굶어 죽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명장의 기술을 스펀지처럼 습득해 나갔다. 꼼꼼하고 섬세한 그의 성격까지 더해져 손님들은 물론 명장에게도 금세 인정을 받았다. 또 이곳에서 일하던 지금의 아내 김귀순 씨를 만나 2명의 아들을 낳았다.
11년간 실력과 경력을 쌓은 최 대표는 1995년 고향인 풍양면에 현재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농기계 수리점을 차려 오늘의 명성을 일궈냈다.
수리점이 잘 되는 만큼 몸은 지쳤지만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그는 학업에 대한 꿈을 다시 펼쳤다. 42세의 나이로 2002년 상주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 2009년에는 석사 학위까지 받은 것이다.
하지만 기계 수리 분야 마스터라고도 할 수 있는 최 대표에게 배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 대표는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수리점을 찾는 많은 손님에게도 배우고, 일을 배우러 온 아들에게도 배운다"고 말했다.
이렇게 24년 동안 '풍양종합농기계'를 운영한 최 대표의 별명은 '풍양만물수리상'이다. 마을 사람들은 농기계가 아니라도 다른 기계나 장비가 고장 나면 이곳을 찾는다. 어떤 기계든 최 대표의 손을 거치면 새 생명을 달고 나가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35년을 쉴 새 없이 달려온 최 대표에겐 최근 조금의 여유도 생겼다. 그의 가업을 이어 둘째 아들이 함께 일을 돕는 덕분이다. 둘째 아들은 처음부터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경북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최 대표의 수제자가 됐다.
둘째 아들 최광열(30) 씨는 "대기업에도 취업해 일도 배웠지만 아버지보다 나은 스승을 찾지 못해 사표를 내고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며 "아버지의 숙련된 기술을 점차 고도화되는 농기계 발전 흐름에 잘 접목해 농업 분야에서 국가적으로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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