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와대, 언제까지 말싸움만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21일 "말이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며 뼈있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런 논평이 나온 것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인천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진짜 독재자 후예의 대변인'이라고 공격한 것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황 대표의 표현이 상당히 거칠고 과하긴 했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자신들도 '막말 공방'의 책임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5·18기념식부터 며칠 동안 연설·회의·논평 등에서 내놓은 강경 발언을 보면 정국을 주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 대통령은 5·18기념식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사실상 한국당을 겨냥했다.

아무리 상대가 싫더라도 국가기념식에 야당 대표를 앉혀놓고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발언을 한 것은 청와대가 논평한 대로 '품위가 있는 일'인가. 이 과정에서 김정숙 여사가 고의로 황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은 '악수 패싱' 논란까지 벌어졌으니 기가 찰 일이다.

문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회가 조속한 추경안의 심의와 처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벌써 한 달 새 여섯 번째 같은 발언을 하고 있으니 야당과 대화나 타협할 생각도 없고, 그저 말로 국정을 끌고 가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경제가 급하다' '실기하면 안 된다'는 발언만 되풀이하면서 야당을 협상장에 끌어들이기는커녕 오히려 비난하고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풀릴 리 없다. 야당 입장이라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추경안을 통과시켜 주기 싫을 것 같다.

'정치 실종' '국정 난맥상'을 해소할 주체는 대통령이다. 시쳇말로 야당은 반대하고 버티면 되는데 답답할 일도 없지 않은가. 문 대통령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고 양보와 포용의 자세를 보이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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