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오디션

김동훈 연극배우

김동훈 연극배우
김동훈 연극배우

오랜만에 오디션에 지원했다. 이번 오디션은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기에 미리 원작을 읽고, 자유연기를 준비하며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였다. 수십 번의 오디션을 겪어봤기에 오디션은 어려운 과제가 아니었으므로 준비한 것을 긴장이나 실수 없이 침착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심사위원은 흔치 않은 칭찬과 함께 호평하였다.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오디션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최종배역에 뽑히지 못하였다.

비관적인 말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일상'은 배우에게 숙명처럼 반복된다. 선택받기 위한 몸부림 끝에 오는 합격의 순간은 짜릿한 흥분으로 가득하지만 선택받지 못한 순간의 좌절감은 매번 고통스럽다. 언젠가 합격의 기쁨을 누렸던 때를 뒤로 하고 당장 눈앞의 불합격이 주는 씁쓸함은 '일상'이 되어가며 이는 수많은 배우들이 겪었을 고뇌와 방황과도 다르지 않다.

오디션을 통해 매번 느끼는 것은 연기자가 많다는 것과 오디션에 정답이 없다는 것, 그리고 준비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는 점이다. 답이 정해진 시험과는 다르게 오디션에 명확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에 절대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출자는 당시에 최고의 선택을 하였겠지만 그것이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연출자가 작품에 어울리는 이미지의 배우를 찾기 위해 조금 부족한 연기력을 감안하여 선택할 수도 있으며 예상외의 인물이 현장에서 즉시 선택되기도 한다. 그에 따라 낙방한 배우는 그가 준비한 실력에 대한 객관적 호감과 연출자가 찾는 최고의 선택지 사이의 간극에 대해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불합격한 배우는 스스로 실패의 요인을 점검하기 쉽지 않고, 오디션의 경험자들은 그 순간의 운도 필히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미국 브로드웨이 캐스팅 디렉터로 잘 알려진 마이클 셔틀르프(Michael Shurtleff)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상황이건 기회만 된다면 무조건 오디션을 봐라. 오디션 심사위원들이 찾는 이상적인 배우는 바뀔 수 있으며 성실하고 재능 있는 독특한 배우들이 배역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그의 말처럼 성실함과 함께 나만이 갖는 단 하나의 캐릭터를 갖춘다면 예측할 수 없는 오디션의 흐름을 뒤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선택받는 매순간에 두려워하거나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 중심을 지키며 도전할 때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많은 배우들이 작품에 목말라 하며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기 위해 오디션에 합격과 낙방의 순간을 번갈아 맞이한다. 오디션은 배우의 숙명이지만 연기자로 살기 위한 모든 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갔으면 한다. 그들의 도전에 언제나 건투를 빈다. 김동훈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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