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에는 공산독재 체제를 비꼬는 '웃픈' 농담이 많았다. 다음 농담도 그중 하나. 1930년대 어느 해 소비에트연방 고스플란(Gosplan·국가계획위원회) 사무실에서 통계실장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이 치러졌다. 면접관: "동지, 2 더하기 2는 무엇이요?" 첫 번째 후보: "5입니다." 면접관: "동지, 혁명적 열정은 높이 사오만, 이 자리는 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오." 후보는 정중하게 문밖으로 안내됐다.
두 번째 후보: "3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어린 간부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놈을 체포하라! 혁명의 성과를 깎아내리다니! 이런 식의 반혁명적 선전 공세는 좌시할 수 없다." 후보는 경비에게 끌려나갔다. 세 번째 후보: "물론 4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학자티가 나는 간부가 후보에게 형식 논리에 집착하는 부르주아적 과학의 한계에 대해 따끔하게 연설을 했다. 후보는 수치감으로 고개를 떨군 채 방을 걸어나갔다. 이제 네 번째 후보: "몇이길 원하십니까?"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나오는 내용으로, 소련이 '지상 천국'임을 증명하기 위해 경제 현실의 왜곡을 지시하고 학자와 전문 관료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서글픈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학자와 관료의 이런 순응은 생존을 위한 체제 적응이자 승진·출세를 노린 '곡학아권'(曲學阿權)이기도 했다.
소련이 심했지만 소련만 이런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특히 정치적 필요 때문에 경제 현실을 왜곡 선전하려는 유혹에 빠질 때 관료의 '곡학아권'은 고개를 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최근 행보가 바로 그렇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 비율을 40% 초반으로 유지하겠다"고 보고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그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따지자 2주 만에 "2, 3년 뒤면 국가채무 비율이 40%대 중반이 될 듯하다"며 말을 바꿨다. 2일 KBS에 출연해서는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총체적으로 보아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듯하다. 기자의 낯이 화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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