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열세 살이라고 그랬다. 네 죽음에서는 한 송이 꽃도, 흰 깃의 한 마리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 놓아 울 수도 없었다. 죽어서 한결 가비여운 네 영혼은 감시의 일만의 눈초리도 비칠 수 없는 다뉴브강 푸른 물결 위에 와서 오히려 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소리 높이 울었다. 다뉴브강은 맑고 잔잔한 흐름일까, 요한 슈트라우스의 그대로의 선율일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에 침몰한 한국인 탑승 유람선에서 6세 한국 아동의 시신이 거두어졌다.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의 한 구절이 연상된다. 이 시에서는 자유를 잃고 죽어 간 열세 살 부다페스트의 소녀의 죽음이 우리 한강에서의 소녀의 죽음과 연결된 것으로 안다. 독일식으로 도나우 강, 영어식으론 다뉴브 강, 그 강에서 이제 여섯 살 한국 어린이가 까닭도 모를 죽음을 맞았다.
다뉴브강 하면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우리 대중가요 여명기에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노래,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그 것이다. 이 노래는 이바노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이 원곡이라 알려져 있다. 그 선율 위에 가사를 손수 써 올렸던 윤심덕이 귀국하는 바닷길에서 정부와 동반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탓에 염세를 극복하지 못 하고 끝내 인생을 스스로 포기한 모양이다. 유럽의 젖줄이라는 다뉴브 강이 한국인과는 이런 부정적인 인연으로 남으려나.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와 함께 유럽의 3대 야경으로 꼽힌다는 다뉴브강이 과연 한국인에겐 죽음의 이미지로 각인될 것인가.
아니다. 요한스트라우스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도 있다. 이 음악을 들으면 왠지 기분이 전환되고 마음이 평화로우며 생기가 돈다. 물의 이미지가 강력하게 부각된 유명한 영화 '타이타닉'에도 삽입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음악은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전쟁에 패해 있을 때 나라의 침울한 분위기를 전환시켜 줘 애국적 국민가요가 된 것으로 안다. 지금도 오스트리아-항가리의 제2국가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경제는 뒷걸음질 치고 남북 문제는 뾰족한 진전이 없다.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만 짝사랑 하듯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대결구도를 조성, 격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헝가리 다뉴브강 한국인 관광객 유람선 침몰 소식은 우리를 집단 우울중에 빠지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떻게 치유해 가야 할 것인가.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의 원인이 철저히 규명되어 재발이 없어야 할 것이다. 유람선 탑승객의 시신이나마 모두 구조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관광 수익만 고려해 다뉴브강 교통량 위험 수위 경고를 무시한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다뉴브 강이 한국인에겐 '소녀의 죽음'보다, '사의 찬미'보다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다뉴브 강이 한국인에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으로 남아야 할 것인데. 요한 슈트라우스의 선율과 이미지 그대로 우리에게 남겨지면 좋겠다.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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