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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안심연료단지 진폐증 소송 속도 낸다.. 올해 안에 1심 결과 나올 가능성도

최근 조정 협의 결렬되자 재판부가 재감정 절차 거쳐 판결 선고하기로
주민들 "고통받아온 주민들의 마음을 연탄공장 측에서 알아줬으면"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이 집회 나선 모습. 매일신문 DB.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이 집회 나선 모습. 매일신문 DB.

3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던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진폐증 소송(매일신문 14일 자 1면)이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의 조정 협의는 결렬됐지만 법원이 재감정을 통해 판결을 내리기로 결정해 이르면 올해 안에 1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오후 대구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최운성) 심리로 동구 율하동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과 연탄공장 간의 조정 협의를 위한 변론 준비기일이 열렸다.

앞서 재판부는 재판이 3년 동안 지연되는 사이 고령의 원고 3명이 사망하는 등 소송이 장기화하자 양측에게 조정 협의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에서 연탄공장 측은 조정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다. 원고 측에서 금액 조정 의사도 밝혔지만, 연탄공장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일부 주민들과 합의한다고 해도 뒤이어 다른 주민들과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이 합의 의사가 없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재감정을 거쳐 1심 판결을 내리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법원이 지정한 병원에서 사실상 최종 감정을 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병원 감정 결과를 토대로 법원이 판결을 내릴 경우 이르면 오는 10~11월쯤 1심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배기하 변호사는 "돌아가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기존 진료기록으로 감정을 받고, 생존한 분은 법원 지정 병원에서 직접 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소송에 나선 분들 모두 증세가 심해 진폐증 확진 판정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지연된 소송이 최근 속도를 내자 소송 당사자와 가족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2년 전 폐렴으로 사망한 한 할머니(당시 96세)의 손녀 A(40) 씨는 "살아계실 때에도 기침으로 무척 힘들어하셨고, 결국 폐렴으로 돌아가셨다"라며 "하루빨리 재판 결과가 나와 할머니의 억울함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 허병주(89) 씨는 "오래 전부터 가슴이 늘 답답했고, 기침도 심하게 해 매일같이 병원을 오가며 하루 10알이 넘는 약을 먹고 있다"며 "건강에 대한 인식이 약했던 시절 연탄공장이 들어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주민들의 마음을 연탄공장 측에서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안심연료단지 진폐증 소송 = 동구 안심연료단지에서 배출된 비산먼지로 폐질환을 앓게 된 주민들이 연탄공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지난 2012년 연료단지와 가까운 지역일수록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주민들의 비율이 높다는 환경부 발표가 나오자 안심 연탄공장에서 일한 적이 없는 주민 13명이 2016년 1차 소송 원고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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