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조약과 경술국치로 국권을 상실하자 이를 개탄해 순절한 두 스승을 잃고, 나라도 잃자 고향에 내려와 은거하면서 '탁와집' 등을 쓰고, 국한문혼용에 앞장선 근대유학자 '탁와 정기연'의 학문 세계와 삶을 재조명하는 학술강좌가 열렸다.
(사)나라얼연구소가 설립 15주년 및 인문학 특강 140회 특별 기념으로 마련한 '탁와 정기연 선생의 발견' 학술강좌가 6일 탁와 선생 후손과 지역 유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산 하양 무학산 나라얼연구소에서 열렸다.
이어 참석자들은 탁와가 태어나고 귀향해 은거했던 경산 옥곡동으로 옮겨 관련 유적을 답사했다.
이날 조원경 나라얼연구소 이사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탁와 정기연(1877~1952)은 일생 동안 옥(玉)으로 태어나 옥으로 살기를 원했고 모든 문집의 시와 서간에서 나라가 오랑캐인 일본에서 벗어남을 평생 소원으로 여겼다"면서 "그는 국권을 상실하자 순절한 스승들(송병선, 송병순)을 따라 애국의 삶을 최선으로 삼은 애국자이자 민족운동가이다"고 평가했다.
김유진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은 '정기연의 산문 세계'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탁와는 한문은 옥(玉), 국문은 석(石)이다. 말의 뼈대는 한문이, 말의 거죽은 국문이 담당하는 것이라고 했다"면서 "실제로 그의 문집 탁와집에는 한글을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등 국한문혼용을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는 '나라 잃고 두 스승 순절 지켜 본 정기연'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탁와 선생은 두 스승을 잃고 나라를 잃은 뒤 고향으로 돌아와 은거하면서 11책의 '탁와집' 등을 남겼다"면서 "특히 탁와는 딸과 부녀자들이 제사상 차림을 익힐 수 있는 놀이기구인 습례국(習禮局)를 고안하고, 이 놀이 방법을 한문과 언해문으로 설명한 '습례국도설'은 일제강점기 영남 유학자가 언문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날 특별강좌 후 참석자들은 탁와 선생이 은거하며 학문을 배우고 익혔던 우경재와 임진왜란 당시 의병활동을 했던 선대 조상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을 추진한 삼의정 등을 답사하며 그의 사상과 일생을 되새기고 살펴보는 시간을 보냈다.
조원경 이사장은 "이번 학술강좌를 통해 탁와 선생은 율곡 이이와 우암 송시열의 학맥을 이은 유학자임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율곡과 우암 계열의 사상이 대구 경북에서 근대에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보고, 동시에 퇴계 학맥과의 상호 관계는 연구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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