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도시 대구의 무더위를 해소하고 시원한 도시공간을 만들 다양한 방안들은 없을까?"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폭염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을 모색하는 '2019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이 11일부터 13일까지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발제를 맡은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바우처제도의 냉방기기 설치·수리 등 이용 확대와, 신천 찬 공기 유동성 확보와 유지, 바람길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은?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진단실태조사가 시급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바우처를 냉방기기 설치·이용 등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폭염으로 인한 주거 취약계층의 현실과 정책적 요구'라는 발제를 통해 "한국은 지난해 폭염일수가 29.2일에 달해 그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1994년 27.5일을 훌쩍 넘었다. 하루빨리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 같이 제안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폭염은 자연재난에 속한다. 지난해 9월 18일 재난 유형으로 추가되면서 현재 취약계층에 대한 주요 대응 방안은 '심각 3단계'로 나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가 각각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취약계층은 무더운 여름을 그냥 버티는 것 외에 별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대구지역 800여 명의 쪽방 주민 중 비수급자가 절반에 달해 정부 지원에서도 배제돼 있다.
장 소장은 "일반적으로 쪽방은 3.3㎡(1평) 사이즈로, 임대료가 15만~18만원 선에 달한다"며 "평당 임대료로 비교하자면 웬만한 아파트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어서 가난한 쪽방촌 주민들은 여름철이면 전기료 등을 합쳐 3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주거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여기에다 낡고 노후된 건물이 대다수인 탓에 전기 용량이 부족해 선풍기 이외 냉방기는 사용할 수 없고, 단열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여름철 더욱 극심한 더위와 싸워야 하는 상황도 문제다.
장 소장은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을 위해 에너지 지원센터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노숙인, 쪽방주민, 홀몸 어르신, 저소득 아동 등 구체적인 유형에 따라 에너지 진단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바우처제의 사용처를 확대해 냉난방용품 대여·설치·수리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
그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냉난방 용품 설치 수리 교육을 진행해 고용창출도 이뤄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프리카' 대구의 오아시스는?
대구 신천에 흘러드는 찬 공기를 이용해 도심의 기온을 낮추기 위해선 유입량을 고려한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천을 따라 개발되는 고층건물로 인해 도심으로 찬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신천을 따라 흘러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에서 '대구 신천의 찬 공기 유동성 변화분석'을 주제로 발제하는 정응호 대구녹색환경지원센터 센터장은 "대구의 대표 찬 공기는 가창 일대 산지에서 생성된 것으로 유동량과 유속 및 유동범위 등에 있어 폭염 적응의 공간적 잠재력이 크다"며 "열대야 감소와 대기 순환성 증대로 대기 환경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찬 공기를 도시 내로 유입할 수 있는 길을 조성하면 도시기후환경문제에 개선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찬공기는 일몰이후 부터 일출전까지 호수와 농경지, 초지, 산림, 계곡 등에서 생성된 뒤 하천과 계곡 도로 철로 등을 통해 도심지역과 광장, 공원 등으로 퍼지게 된다.
센터는 가상실험을 통해 2003년과 2018년의 수성교, 상동교 구간의 찬바람 유동량을 비교 분석했다. 2003년 상동교를 지나간 찬 공기는 1만5천992㎥/s(1초당 움직이는 바람량)이었지만, 2018년에는 1만5천648㎥/s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성교에 도착한 찬 공기량은 2003년 1만1천655㎥/s에서 1만1천988㎥/s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찬 공기 생산량은 줄었지만 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 도심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찬 공기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정 센터장은 "현재 신천 좌우로 건설된 고층아파트가 찬공기 유동성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앞으로 건축허가를 낼 때는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목원과 수밭골 등 대구 일대의 찬 공기 생성 및 유동로를 파악해 권역을 설정하고 강과 하천, 간선도로를 잇는 연계망과 도시공원, 근린공원, 학교 숲을 이용한 거점 냉섬지와 옥상녹화와 벽면녹화를 통한 소규모 냉섬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심공원, 열 환경 얼마나 개선하나?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녹지를 베어낸 부지에 아파트 등 건축물을 개발하게 되면 주변 지역의 열대야를 완화하는 기능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심야 녹지로부터 도심까지 흘러드는 찬바람의 양과 속도가 각각 감소하고 무풍지역도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류지원 도시환경연구소 라움 소장은 '범어공원 사례로 본 도시공원의 열 환경 개선 영향'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관측을 내놨다.
폭염은 기온뿐만 아니라 토지 표면의 종류에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산업단지나 도로 등 도시형 토지의 평균 야간 지표온도(29.7~33.1℃)는 공원이나 산지 등 비도시형 토지의 평균 야간 지표온도(22.6~26.5도) 보다 평균 7도가량 높았다.
류 소장은 이런 근거에 따라 대구의 장기미집행 공원인 범어공원이 2020년 7월 개발될 때를 가정해 범어공원 개발 전후의 찬 공기 유동분석 비교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범어공원(113만2천485㎡) 가운데 개발 가능 지역인 21만㎡(18.54%)를 개발한다는 전제로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공원 일대 찬 공기 유동을 분석한 것.
분석 결과 공원 북쪽과 서쪽, 남서쪽에 건축물을 지으면 각 지역 일대에서 찬바람 유동성과 유속이 떨어지고 무풍지역이 증가하며, 시가지로의 찬바람 유입량이 현재 대비 각각 74㎥/s, 79㎥/s 감소하는 등 열대야 해소에 지장을 준다는 설명이다.
류 소장은 "이 같은 도심공원 감소는 세계 각국의 도심 열섬현상을 해소 정책에 역행하고, 폭염 장기화를 가속해 시민 건강 악화 피해까지 키울 우려가 크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의 열대야는 현재 연평균 6.1일에서 21세기 전반기(2011~2040년) 18.2일, 21세기 중반기(2041~2070년) 38.3일,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 60.5일 등으로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센터 조사 결과 지난해 대구의 온열질환자는 전년 대비 335.7% 증가했다.
류 소장은 "현재 장기 미집행 공원으로 분류된 범어공원을 개발한다면 충분한 분석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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