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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코스모스의 바다

이정호 국악작곡가

이정호 국악작곡가
이정호 국악작곡가

지난주 글에서 나의 곡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1번 '별'을 소개하며, 우주에 대한 호기심, 별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잠시 국악관현악곡의 편성에 대해 설명하자면,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다함께 연주하는 편성인데, 보통 그 규모는 40~50명 정도가 된다. 가장 높은 음역을 맡고 있는 소금, 그 바로 아래에서 힘 있는 '청' 소리를 들려주는 대금, 전체 음악의 뼈대가 되는 피리와 태평소, 저음을 담당하는 대피리와 저피리가 관악기에 속하고, 현의 마찰을 이용한 찰현악기에는 부드러운 음색의 해금, 거칠지만 다양한 표현의 폭을 가진 소아쟁과 저음의 대아쟁, 그리고 줄을 튕겨서 연주하는 타현악기인 가야금, 거문고가 편성되고 타악기에는 대북, 장구, 징, 꽹과리, 심벌 등이 연주한다.

이 곡의 전체 4악장 중 1악장은 우주가 만들어지는 음악적 창세기라 할 수 있는데, 인간의 탄생을 빅뱅에 비유해 웅장하게 전개되고 이후 별들이 이루는 잔잔한 형상을 그림 그리듯이 그려보았다. 여기서 특히 '수제천'이 잠시 등장하며 특수상대성이론을 상징화하는데, '수제천'은 7세기 중엽 이전부터 불리었다는 백제의 노래 '정읍사'에서 유래한 기악곡이다. 그 노래는 정읍현에 사는 여인이 행상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높은 산에 올라가서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며 부른 노래로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로 시작하는데, 지금의 말로 바꾸면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우리 남편이 돌아올 길을 밝혀 주소서'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합창 가사를 위해 인도의 시인 타고르(1861~1941)의 시집 '기탄잘리'에 담긴 시구들을 가사로 원용했다. 무명의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기탄잘리의 '기트(git)'는 노래이고, '안잘리(anjali)'는 두 손 모아 바친다는 의미로, 기탄잘리는 '노래의 바침'을 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친숙한 타고르의 시는 우리나라를 위한 시 '동방의 등불'이다.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1번 '별'을 작곡하며 자료수집 차원에서 읽었던 여러 책들 중 하나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에는 이러한 글이 담겨 있다.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광대한 코스모스 앞에서 60억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는 무한한 우주 공간 한구석에 박혀있는 창백한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는 코스모스라는 심연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지지만 감히 심연의 깊이와 폭을 재려고 노력해 왔다.'

이 작은 점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갈지 스스로가 정하게 된다. '별' 1악장에 쓰여진 '기탄잘리'의 시 중 한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나 이곳을 떠날 때, 이것이 나의 작별의 말이 되게 하소서/ 내가 본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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