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교대학 대관음사 26년째 교도소 법회 봉사

"법문·찬불가로 재소자 신심 키워주고 있죠"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교도소 법회팀. 불교대학 대관음사 제공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교도소 법회팀. 불교대학 대관음사 제공

'사람이 하는 일이든 세상의 무슨 일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열매기 달리기 전까지는 섣불리 판단할 일이 아니다. 꽃과 잎과 줄기와 기는 모양이 비슷하다 해서 다 똑같지 않다. 열매가 달려봐야 안다. 사람도 그러하다. 그 사람의 인생 결실, 삶의 결과는 과정에서 잘 노출되지 않는다'-우학 스님 법문

대구교도소 남사 불당에 재소자 120여 명이 모여 있다.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교도소 법회 봉사자들이 재소자들의 마음공부를 위해 우학 스님이 전한 법문을 읽어주고 있다. 그런 후 임미경 법회 팀장이 봉사자 이윤정 씨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재소자들에게 찬불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재소자들은 찬불가 한 구절씩 따라부르는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 여러차례 찬불가 연습이 끝나자 이젠 재소자, 봉사자 함께 합창으로 찬불가를 부르며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는 미리 갖고간 사경집 30여 권을 재소자들에게 나눠주었다.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교도소 법회 봉사는 불교대학 창건 이듬해인 1993년부터 시작했다. 처음은 회주 우학 스님이 교화위원으로 위촉돼 매월 직접 교도소를 방문해 7년 동안 법회를 진행했다. 우학 스님은 재소자 교화를 위해 '통일교화 법요집'을 편찬했는가 하면 교도소 불서 보내기 운동을 펼쳐 수만 권의 불서를 무료로 전국 교도소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0년부터 8년 동안 10여 명의 법사 스님이 교도소 법회 봉사를 했다. 지금은 신도 위주의 교도소 법회팀이 대구교도소 남사 불당에서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교도소 여사 불당에는 칠곡도량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교도소 법회팀은 매월 둘째주 화요일 법회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자는 매회 팀장, 피아노 반주자, 기수별 동문 등 10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 우학 스님은 법회에 참여는 하지 않지만 교도소 방문 때마다 재소자들에게 읽어줄 '이달의 마음공부'라는 법문을 전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찬불가 시간을 따로 마련해 부처님의 법음을 전하는 것은 물론 '명상의 시간' '사경법' 등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양한 수행법을 전달하기도 한다.

"처음 봉사를 가면 교도소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봉사자들이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찬불가를 부르는 그 분들의 눈빛이나 표정을 보면 뭔가 따뜻함을 느끼곤 해요. 봉사를 마치고 교도소를 나서면 마음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교도소 법회팀은 매년 12월에 '재소자들을 위한 찬불가 경연대회'를 10년째 개최하고 있다. 경연대회에는 재소자 10여 팀이 동참해 그동안 갈고 닦은 찬불가 실력을 맘껏 뽐내고 있다. 법회팀은 라면 수십 상자를 준비해 부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 재소자들은 자체적으로 합창단을 만들어 봉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경연대회 때 축하공연을 펼치는 등 감동의 시간도 연출한다는 것.

재소자들은 법회 봉사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한다.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편지글을 보내오는가 하면 연초에는 연하장을 쓰고, 어떤 재소자는 출소 후 찾아오기도 한다. 또 부처님오신날에는 교도소 불당에 봉사자 이름의 연등을 달아주기도 한다.

임미경 교도소 법회팀장은 "교도소 봉사를 다니다보니 사회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알게 됐다"며 "작은 봉사지만 재소자들에게 신심을 키워줘 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교화활동을 계속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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