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서산업단지(이하 성서산단) 2차 산단에 있는 섬유가공업체 A사는 올해 초 생산직 근로자 4명을 내보냈다. 작년보다 수주량이 크게 줄며 야간에 공장을 세우는 날이 늘었기 때문이다. A사는 3년 전 매출액이 50억원을 넘겼지만, 올해는 40억원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제품을 가공해 산단 내 2차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B사는 아예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A사와 마찬가지로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서다. 지역 구직자들의 생산직 기피 탓에 매년 꼬박꼬박 해오던 외국인 근로자 신청도 올해는 하지 않았다.
이 회사 대표는 "제품 90% 이상이 자동차부품업체에 들어가는데 워낙 자동차 업종이 좋지 않고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며 "아직 공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생산설비를 인수할 곳이 있는지 조용히 알아보고 있다. 몇 년 내로 공장 문을 닫을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경제의 엔진이었던 성서산단이 쪼그라들고 있다.
업체 수는 늘었지만 근로자 수가 오히려 감소하며 영세화가 지속되고 있다.
성서산단관리공단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성서산단 입주업체 수는 2천960곳으로, 전년 동기(2천879곳)보다 81곳 증가했다. 입주업체 수 자체는 분기별로 봐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오히려 근로자 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성서산단관리공단에 따르면 2분기 성서산단 근로자는 5만2천595명으로 1년 새 766명 줄었다. 기존 업체들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직원을 줄이고, 새로 생긴 업체들은 영세한 곳이 많아서다. 여기에 규모가 큰 중견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인근 달성국가산단이나 경북 경산, 영천의 산단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성서산단 입장에서는 악재이다.
성서산단관리공단 관계자는 "입주업체와 근로자 수 추세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산단 영세성이 심화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앞으로도 상황은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중견기업이 성서산단을 떠나고 기존 업체들도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직원을 감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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