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유토피아/토마스 모어 지음/전경자 옮김/열린 책들, 2012년

고전은 생각의 씨앗 같아서

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팍팍한 세상사를 안주 삼아 위로를 얻는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 – 유토피아를 갈망하고 있다. '유토피아'가 출간되었을 때 유럽에서는 유토피아라는 섬이 어디 있는지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은 토마스 모어가 소설 속에서 말한 가상의 나라이다. 그리스어의 uo(없다)와 topia(장소)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결국 이 세상에 없는 땅이라는 말이다. 유토피아의 역설이다.

토마스 모어는 1478년에 영국에서 출생한 정치가이며 인문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르네상스 문화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당시 영국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법조인이며 유머가 풍부한 사람이었다. 토마스 모어는 왕과 귀족들, 부유한 상인들의 수탈과 폭압 때문에 고통 받는 농민과 부랑자들을 가슴 아파하며,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을 제시하고자 '유토피아'를 저술하였다.

최성욱 작
최성욱 작 '우리 가족의 유토피아 1999'

'유토피아'는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제1권은 토마스 모어가 베타 힐테스,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 등 3자의 대담 형식으로 짜여졌다. 라파엘은 왕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단순 절도가 목숨을 앗아 가야 할 정도로 중한 범죄가 아니며, 제아무리 가혹한 처벌로도 먹을 것을 구할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도둑질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면서 잉글랜드 법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토마스 모어도 값비싼 양모를 얻기 위해 농민들을 내쫓고 울타리를 치는 탐욕스런 귀족과 영주들의 사치를 성토한다. 지주와 사유재산 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어서 라파엘이 유토피아의 사람들과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제2권을 시작한다. 유토피아인들이 사는 섬은 중앙이 너비 200마일이고 섬 전체가 500마일의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다. 유토피아에서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곡물과 가축을 산출하여 잉여물은 이웃 사람들과 공유한다. 10년마다 추첨을 통해 집을 바꾸며 산다. 모든 사람들이 유용한 직종에서 일을 하고 아무도 과소비를 하지 않아서 모든 것이 풍족하다.

라파엘은 "이 나라(유토피아) 헌정의 주요 목적은, 모든 시민은 육체노동에 투여하는 시간과 정력을 가능한 한 아끼어 이 시간과 정력을 자유와 정신의 문화를 누리는 데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이들이 생각하는 삶의 진정한 행복입니다." (p.99) 라고 주장한다. 결혼을 위한 맞선 제도를 소개하는 데 기발한 발상에 웃음이 절로 나지만 공감하는 바도 적지 않다.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는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다.

이 책은 내용이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지만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크기고 양도 많지 않아 읽기 좋은 정도이다. 시대적 비판의식과 이상향에 대한 거대 담론을 담고 있음에도 소설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편하다. '유토피아'는 500년 동안 시간의 세례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고전은 생각의 씨앗과 같아서 내 마음 속에서 거대한 나무로 자랄 수 있는 힘이 있다. 나만의 혹은 우리 가족과 공동체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먼저 토마스 모어가 들려주는 '유토피아'를 읽어볼 일이다.

최성욱(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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