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경제전쟁]대구경북 시민사회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폭거… 냉정하고 단호한 대응 필요"

'아베 규탄 시민행동' 광복절 광화문 광장 대규모 촛불집회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녹색환경연합과 영남장애인협회 등 100여 명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녹색환경연합과 영남장애인협회 등 100여 명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일본 정부가 2일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키로 최종 결정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일본에 대한 규탄과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일본 측의 무리한 조치를 규탄하는 반응이 앞섰다.

노수문 광복회 대구지부장은 "이번 조치는 세계 경제질서에 어긋나고 국제사회의 신용을 저버린 옹졸하기 짝이 없는 처사"라며 "1895년 을미사변 이후 다시 반복된 일본의 침입에 정치권과 경제계,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단결된 힘으로 제2의 경제독립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라는 정치적 문제를 빌미로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은 한일관계 전반을 악화시키는 결정"이라며 "지금까지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지나치게 뜨거워지지 않고, 자발적으로 잘 대응해나가고 있다. 향후 더 어려워질 한일관계에 면밀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21일 오후 대구 중구 유니클로 동성로중앙점 앞에서 최현민씨가 일본제품 불매운동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1일 오후 대구 중구 유니클로 동성로중앙점 앞에서 최현민씨가 일본제품 불매운동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달 초부터 대구 곳곳의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 지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여온 시민 최현민(46) 씨는 "현재 40~50명의 대구시민이 자발적으로 1인시위에 동참해주고 있으며, 경제적 전면전으로 일이 확대된 만큼 더 폭넓은 규탄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면 한일 군사정보포괄협정(GSOMIA) 파기를 비롯한 모든 선택지를 갖고 강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기필코 강력한 연대를 통해 일본의 비상식적 행태를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대적이고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냉정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높았다. 김예민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활동가는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차분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올바른 역사에 관심을 갖는 등 논리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우리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 할머니들도 반일이나 적대, 복수가 아닌 '진실과 정의'라는 개념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끓어오르는 감정만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최근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기부되는 상품 매출이 평소의 3배 이상 늘었는데, 이런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31일 대구 남구 이천주공뜨란채 2단지 노인회가 일본의 역사 왜곡과 경제 보복에 항의하는 뜻으로 정문 앞에
31일 대구 남구 이천주공뜨란채 2단지 노인회가 일본의 역사 왜곡과 경제 보복에 항의하는 뜻으로 정문 앞에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동참' 현수막을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시민들도 한일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와 일본 정부에 대한 규탄을 쏟아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대구시민 A(34) 씨는 "이번 조치가 그동안 일본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불매운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했다.

일본에서 일하는 직장인 B(27) 씨는 "아직 우리 회사에는 영향이 없지만, 한국인 영업직 사원을 둔 다른 회사에서는 현장 영업활동에서 한국인을 배제하고 내근직으로 돌리기도 하더라"며 "악화되는 한일관계가 불안하고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정부 끝까지 당당하게 대응하길 응원한다"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 682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아베 규탄 시민행동'은 이날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치는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동아시아 평화 체제 구축에 역행하며 군사 대국화를 추진하고, 한국을 군사·경제적 하위 파트너로 길들이겠다는 속내"라며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시민행동은 주말인 3일과 10일 오후 각각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행사를 열고, 오는 15일 광복절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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