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2일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 백색국가)에서 제외키로 하자, 대구경북에서 반일감정이 들끓어 오르고 있다.
앞서 한 달여 전 수출 규제로 촉발한 불매 운동의 기세가 확산하면서 일본 제품 매출이 급락했고, 지역 대중교통의 일본인 안내방송 제공을 중단하자는 과격 주장도 나오고 있다.
4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 이날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일본 대표 신발·의류 업체인 ABC마트, 유니클로 앞에선 시민 30여 명이 교대로 1인 불매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각각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아베 정부 규탄한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30분씩 매장 앞을 지켰다.
지난 달부터 시위를 주도한 최현민(46) 씨에 따르면 지난 1개월 간 전국 각지에서 100여 명이 최 씨에게 연락해 각자 거주지에서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씨는 "지난 2일 아베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직후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 동참 의사가 쇄도하고 있다. 본격적인 한일 경제전쟁이 시작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대구시·경북도약사회도 성명을 내고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모든 일본 의약품과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에 나설 것"이라 선언했다.
두 지역 약사회는 "G20 정상회담 의장국으로서 자유 무역 중요성을 강조한 일본의 아베 총리가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는 이율배반적 조처를 한 것"이라며 "지역 내 모든 약사회원 약국은 일제 의약품 판매를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일 대구시약사회 회장은 "국내 유통되는 대다수 일제 약품은 국산·외산 대체재가 있어 큰 문제가 없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불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매운동이 심화하면서 일본 제품 매출 하락도 가속화하고 있다. 4일 이마트에 따르면 일본 경제보복 조치가 처음 나온 지난달 1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대구권 7개 점포의 일본 맥주 매출은 전월 대비 50.7%나 급락했다. 지역 주류 유통업계가 판매하는 사케 등 다른 일본 술 판매 또한 반토막이 났다.
유니클로의 대구 12개 매장은 주말에도 손님이 평소의 절반에 못 미칠 정도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대구에서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 예약률이 5% 줄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대구 도시철도 승강장이나 열차에서 방송하는 일본인 대상 안내방송을 중지해 달라는 주장마저 나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일 대구도시철도공사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서 작성자 김모 씨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듯 대구 지하철도 일본어 안내 멘트를 확 빼내자"고 썼다.
해당 게시물을 공유한 페이스북 페이지 '실시간 대구'의 댓글창에서 누리꾼 박모 씨는 "공용어도 아닌 일본어 방송은 필요없다"며 힘을 실은 반면 김모 씨는 "한국에 넘어와서 열심히 살고있는 좋은 (일본) 분들도 있다. 잘못에 대해 곱절로 보복하는게 맞지만, 같은 국적이라고 무작정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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